'닥터스'는 느림의 미학이 있는 드라마다. 자극적인 장면 없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느낄 수 있는 미세한 감정들만으로도 충분히 가슴이 따뜻해진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극본 하명희, 연출 오충환)는 사제지간에서 의사 선후배가 된 홍지홍(김래원 분)과 유혜정(박신혜 분)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드라마다. 병원을 배경으로 신경외과 의사들의 고군분투가 그려지고 있기는 하지만 의학 드라마보다는 휴먼 멜로 드라마에 더 가깝다.
물론 '닥터스'에도 기존의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소재들이 존재한다. 병원 내 암투나 의료사고와 같은 위기 상황이 생기고, 삼각을 넘어 사각관계가 있으며, 남녀 주인공에게는 유독 자주 시련이 찾아온다. 특히 혜정은 어려서 가족에게 입은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은 인물. 그래서 그 상대가 지홍이라고 할지라도 아버지 얘기만 나오면 날을 세운다.
하지만 '닥터스'는 이 같은 상황을 자극적으로 끌고 가지 않는다. 혼자 오해하고 상처 받으면서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화를 나누고 부딪히면서 소통을 한다. 이는 '닥터스'의 기획 의도와도 통하는 대목. 앞서 '닥터스' 제작진은 사람과 사람이 병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만나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다루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받으면 변화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도. 이는 할머니 말순(김영애 분)과 지홍의 사랑으로 변화된 혜정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보호받는 방법을 알게 되고, 이를 수용하게 된 혜정은 반대로 지홍과 병원 사람들을 위로하고 감싸안을 줄 아는 '좋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감정 표현이 서툴렀던 혜정이 먼저 손을 내밀고, 밥을 함께 먹으며 상대와 친해져가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까지도 흐뭇함을 느끼게 한다. 시청자들이 주인공에 한껏 몰입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성장형 캐릭터 드라마의 최대 장점이기도 하다.
현재 13회까지 방송된 '닥터스'는 아주 천천히 이 같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녹아내고 있다. 한 회 안에 극적인 요소로 가득 채우기 보다는 인물들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일상적인 대화들이나, 연애 세포를 자극할 정도로 달달한 지홍과 혜정의 로맨스가 주를 이룬다. 물론 일각에서는 지루하다고 평을 하기도 하지만, 역으로 이것이 '닥터스'의 인기 요인이 되고 있다.
18~19%의 시청률을 꾸준히 내고 있다는 건, 그만큼 '닥터스'가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이 다분하다는 의미다. 느리지만, 올곧게 걸어가고 있는 '닥터스'가 있어 행복한 여름이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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