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성애 연기마저 잘한다. 늘 믿고 보는 연기력을 뽐내왔던 남궁민이 보여준 가슴 절절한 부성애 연기가 안방 시청자들을 울렸다.
남궁민은 지난 2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극본 하명희, 연출 오충환) 14회에서 빚에 더해진 어마어마한 수술비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결국 자살까지 결심하게 된 싱글대디 남바람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13회에서 이어 14회까지 출연하며 극을 장악한 남궁민은 특별 출연 그 이상의 존재감을 뽐내며 안방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남바람은 두 아들 남해와 남달의 수술비 때문에 밤에 대리운전까지 하면서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2천만원이 넘는 수술비와 입원비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지원까지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남바람의 수심은 더욱 깊어졌다. 그러던 중 그는 고아만 치료비를 전액 지원한다는 고아 지원 단체의 글을 읽고는 "아빠가 없는 게 더 나은거니. 미안하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여기에 혜정(박신혜 분)까지 "애들 없으면 홀가분하게 살 수 있지 않나"라는 말을 하자 남바람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심을 하게 됐다. 두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 그가 토해낸 울분은 그동안 그가 짊어져야 했던 가장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게 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남겨놓고 떠나야겠다고 마음 먹는 아버지의 심정을 그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남궁민은 끔찍한 현실 속에 내던져진 남바람의 극한의 감정을 고스란히 표정, 눈빛, 목소리 속에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절대 악역이었던 '리멤버'의 남규만이나 능청을 넘어 능글 맞기까지 했던 '미녀 공심이'의 안단태는 이미 지운지 오래. 이제는 가난에 허덕이는 싱글 대디 남바람만 있을 따름이다. 이쯤되면 남궁민에게 불가능한 연기가 있긴 할까 싶을 정도. 한계 없이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드는 남궁민이 남바람의 마지막 이야기를 어떻게 그려낼지 더욱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parkjy@osen.co.kr
[사진] '닥터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