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티 유지는 '통수돌'이 아니다. 좌절에 빠졌지만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돌아온 용기있는 소녀였고, 고민의 시간 만큼 갈고 닦은 실력이 빛나는 아이돌이었다.
유지는 지난 2일 오후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걸스피릿'에서 B조의 최종 우승자가 됐다. 우승 직후 그는 "난생 처음"이라며 감동을 감추지 못했다. 무명의 설움과 '통수돌'이라는 오명 속에 받았던 상처는 그렇게 씻겨나갔다.
이날 경연의 주제는 '나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노래, 가수의 꿈을 끝까지 지키게 해준 나의 응원가'였다. 유지는 첫 번째 주자로 나섰다. 선택한 곡은 휘트니 휴스턴의 '아이 해브 나띵(I Have Nothing)'이었고, 구루들은 위험한 선택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유지의 노래가 시작되고 우려는 기우였음이 증명됐다. 그는 첫 소절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더니 풍성한 성량과 흔들림 없는 실력으로 '아이 해브 나띵'을 완창했다. 박수가 쏟아졌고, 첫 순서부터 111표 중 102표를 받는 놀라운 점수를 기록했다.
노래만큼 눈길을 끌었던 것은 유지의 남다른 사연이었다. 그는 과거 EXID 멤버로 데뷔까지 했지만, 데뷔 직후 팀을 탈퇴하고 가요계를 떠난 적이 있었다. 최근 EXID가 인기를 얻으며 일부 팬들로부터 "뒤통수를 쳤다"는 오해를 받았지만 유지가 밝힌 속사정은 달랐다.
유지는 "나는 아예 가수가 불가능하다 생각했다. 그걸 생각하고 나왔다"며 원래 가수 활동을 포기하고자 EXID를 나왔다고 했다. 그러나 탈퇴를 하고 난 후 미련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그 때 깨달았다. 내가 이게 진짜 간절했구나.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그쪽으로 가서 데뷔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통수돌'이라고 하더라. 뒤통수를 치고 나갔다고. 너무 힘들었다.(생략) 하니랑은 진짜 친했다. 가족처럼 친했다. 되게 미안했다. LE 하니 정화한테 되게 미안했다. 지금은 잘 돼서 마음이 편했다. 우리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EXID 베스티,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EXID 멤버들과는 여전히 연락을 하며 잘 지내는 사이라고.
'통수돌'이라는 오명으로 상처를 받았던 유지에게는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유욘세'라는 별명이다. 실제 비욘세 만큼 탁월한 가창력을 발휘하는 그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다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는 하지만, 막상 무대가 시작되면 누구보다 탁월하게 노래를 소화했다. 유지가 이제는 오해가 풀리고 실력으로만 인정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ujenej@osen.co.kr
[사진] '걸스피릿'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