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진욱의 성폭행 무고는 연예계 성스캔들에 큰 의미를 남기게 됐다. 무엇보다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어느 쪽도 가해자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알린 것. 그런 시선들이 더 큰 상처가 되기 마련이다.
이진욱은 지난 달 15일 고소인 A씨으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시간이 20여 일간 지속됐다. 당시 한류스타 박유천, 이민기에 이어 세 번째로 연예계 톱 남성 스타를 향한 성추문이 줄줄이 터졌던 터. 성폭행 ‘혐의’라는 것만으로도 이미지는 크게 훼손된 상태였는데, 대중 사이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증권가 정보지(소위 찌라시)까지 돌았다.
진실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SNS를 통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마치 사실인 마냥 떠돌고 이진욱에게 가해자 이미지가 덧입혀졌다는 것이 문제다.
비단 이진욱의 일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연예계에는 매해 크고 작은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그중 진실이 밝혀지기 전에 실명이 거론되면서 또 다른 피해자를 낳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봐왔다. 날이 선 시선은 이미 진실이 드러나고 무고로 밝혀진다고 한들 쉬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이진욱은 단단했다. 같은 달 17일 수서경찰서에 출두해 경찰 조사를 받았고, “무고는 정말 큰 죄다”며 진실 앞에서 떳떳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A씨의 변호사가 “신뢰관계가 훼손됐다”며 사임하면서 분위기는 이진욱이 혐의를 벗는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고, A씨는 결국 성폭행이 없었다고 경찰조사서 진술했다.
마침내 3일 이진욱 소속사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 수사를 통해 진실은 거짓을 이긴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알리면서 이진욱이 성폭행 혐의를 벗었다는 것을 시사했다.
사실상 판단은 지난달이 아닌, 진실이 드러난 순간부터 해도 늦지 않았을 터다. 그러나 이미 연루됐다는 ‘혐의’만으로 사건에 대한 판단을 끝낸 시선도 있었다는 것이 안타깝다. 누군가는 재미로 만들고 유통했을 ‘찌라시’는 모두를 혼란스럽게 했을 뿐이고, 당사자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아마도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난립은 계속해서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보의 양과 유통되는 창구가 많아지고 있고, 전달되는데 걸리는 시간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 것. 이 가운데 이진욱이 혐의를 벗으면서 다시 한 번 큰 의미를 시사한다. 어느 쪽에 편향돼 사건을 재단하는 것이 아닌 진실이 밝혀진 후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것. 이것만이 제2의 피해자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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