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 여심이 또 다시 흔들리고 있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 했나. 올해만 해도 배우 000가 멋있지 않느냐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수시로 바뀌고 있다.
시작은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귀여운 줄만 알았던 바둑 천재 소년 최택을 연기했던 박보검의 반전이었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직진 고백을 할 줄 아는 남자다운 최택은 박보검 대세론을 이끌었다. 부드러운 매력의 대표적인 ‘밀크남’이자 언젠간 대박이 터질 것이라는 긁지 않은 복권이었던 박보검은 그렇게 인기를 누렸다.
박보검, 송중기와 같은 소속사인 차태현이 그랬다. 자신의 아내가 박보검에게 푹 빠져지내다가 어느 순간 송중기를 외쳐댄다고. ‘응답하라 1988’ 인기가 안방극장을 뒤덮다가 송중기 열풍이 시작됐다.
KBS 2TV ‘태양의 후예’에서 군인으로 변신한 이미 군대 다녀온 남자 송중기는 한국과 중국 모두 접수했다. ‘해를 품은 달’ 이후 4년여 만에 시청률 30%를 넘기는 평일 주중 드라마가 ‘태양의 후예’였고 송중기는 숨만 쉬어도 기사가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방송가를 덮을 정도로 인기 광풍의 주인공이 됐다.
비슷한 시점 조진웅은 촌스러운 옷차림과 머리스타일로도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에서 과거의 형사를 연기하며 정의감 넘치는 인물을 표현했던 조진웅. 인터넷은 이미 죽는 걸로 예고된 조진웅을 살려달라는 시청자들의 청원이 가득했고, 정의를 구현하느라 며칠은 안 씻고 다닐 것 같은 외모로 변신한 조진웅이 멋있다는 반응이 거셌다. 결혼했는데 멋있는 대표적인 중년이었던 조진웅은 아저씨인데 섹시하다는 의미로 ‘아재파탈’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신화 멤버이자 배우인 에릭은 ‘불새’ 이후 ‘인생작’을 만났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이 캐스팅 난항을 딛고 인기 드라마가 됐기 때문. 스릴러 장르가 가미된 ‘또 오해영’에서 에릭은 과거 연인에 대한 상처가 있고 자신 때문에 큰 아픔이 있는 오해영(서현진 분)을 사랑하는 박도경으로 변신했다. 감정 표현에 서툴지만 어느새 해영에 대한 사랑을 숨기지 못하는 상남자 도경은 에릭과 참 잘 어울렸다. 새삼스럽게 에릭에게 반했다는 시청자가 늘어나면서 ‘시그널’ 조진웅과 마찬가지로 에릭을 극중에서 죽이지말아달라는 청원이 쏟아졌다.
두 명의 청춘 스타가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KBS 2TV ‘함부로 애틋하게’에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톱스타 신준영을 연기하는 김우빈, 그리고 동시간대 MBC ‘W’에서 만화 속 남자 강철을 연기하는 이종석이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고 있다. 두 사람은 KBS 2TV ‘학교 2013’에서 호흡을 맞췄던 절친한 사이. 김우빈은 장난기 가득하면서도 사랑과 죽음에 아파하는 준영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련하게 하고 있다. 이종석은 그간의 부드러운 매력을 잠시 내려놓고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진중한 모습으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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