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속 주인공이 자신의 세계가 허구였음을 자각한 순간, 모든 것은 멈췄다. 최소한의 예측가능성도 담보할 수 없는 이 전개 속에서, ‘W’ 이종석은 ‘인생의 키’ 한효주에게로 향한다. 오로지 잃어 버린 맥락을 더듬기 위해서. 그의 세계는 과연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
지난 7월 28일 방송된 MBC ‘W’에서 강철(이종석 분)은 자신이 만화 속 인물이었다는 오연주(한효주 분)의 충격적 고백을 듣게 됐다. 받아 들일 수 없는 사실에 혼란스러워 하던 강철이었지만, 이를 부정한다고 될 일도 아니었다. 이미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고, 그것을 황급히 닫아 본들 마지막 남은 희망만 사라질 뿐이니 말이다. 강철은 결국 모든 것을 인정하고, 그 순간 웹툰 속 세상은 멈췄다. 강철과 그를 멀리서 바라 보고 있는 의문의 남자만 빼 놓은 채로.
강철은 멈춘 세상에 돌연 생겨난 좁은 문으로 향했다. 문에 비친 자신은 오연주의 말대로 만화였고,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완벽한 인생을 살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느낄 수도 있을 터다. 그러나 앎이란 가혹한 형벌이었다. 되돌릴 방법도 알지 못하거니와, 강철은 더 이상 의지와 상관 없이 누군가의 펜에 휘둘리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만화 속 인물로 비추는 세상을 향해 발을 뻗었다.
3일 방송되는 ‘W’ 5화에서는 모두가 ‘현실 세계’라 부르는 곳에서의 강철과 연주의 첫 만남이 성사된다. 예고에 따르면 강철은 웹툰 속에서 얻었던 연주의 정보를 떠올리며 그를 만나기 위해 명세병원으로 향한다. 이날 자신이 웹툰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피부로 체감하는 강철의 고뇌가 보다 세밀하게 그려질 전망이다. 맥락을 찾으러 온 강철이니, 자신과 관련된 진실을 발견한다면 다시 웹툰 속으로 돌아가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으려 할 터다.
그렇다면 멈췄던 강철의 세상은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 지난 이야기들을 되짚어 보면, 단순히 강철의 자각 때문에 웹툰 속 시간이 정지했다고 볼 수만은 없다. 죽이려 해도 죽지 않는 피조물을 바라보던 오성무(김의성 분)가 만화에 돌진하는 덤프트럭을 등장시켜 강철을 제거하려 했을 때도 시간은 멈췄다. 이 갑작스런 세상의 정지에도 무언가 맥락이 존재할 수 있다.
만일 웹툰 속 인물 가운데 자신이 허구임을 인지한 자만이 모두가 멈춘 가운데 움직일 수 있다고 해도 말이 되는 구석이 있다. 우선 강철이 그랬고, ‘해리포터’ 시리즈의 디멘터를 연상시키는 의문의 남자가 그랬다. 그런데 이 정지에 휘말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인물이 또 한 명 있다. 강철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던 국회의원이다. 그는 앞서 강철을 존속살해죄로 몰아갔던 검사였고, 현재는 국회의원이 됐다. 강철이 현실 세계의 문을 통과하는 와중에도 그의 ‘정지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캐릭터 역시 자신이 허구임을 알고 있을 공산이 크다는 소리다.
다시 5화 예고로 돌아가 보면, 강철은 스스로 ‘맥락에 맞는 엔딩’을 만들어 내겠다며 연주를 향해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그는 다시 자신이 나고 자란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세상은 그를 위해 다시 움직여 줄까. 강철이 만들 ‘맥락에 맞는 엔딩’은 과연 무엇일까. 숱한 의문 속에 맞은 ‘더요일’은 짜릿하기 그지 없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