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감독과 손예진은 영화 '외출'(2005) 이후 무려 10년 만에 다시 만나 또 하나의 작품을 내놓았다. 오늘(3일) 개봉한 '덕혜옹주'가 그것이다. '덕혜옹주'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 영화로 손예진이 실존 인물이기도 한 주인공 덕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시사회 후 '덕혜옹주'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의 간다' 등의 영화로 한국 멜로의 고전을 완성한 허진호 감독의 귀환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또 주인공 덕혜의 비극적인 인생을 빙의하듯 그려낸 손예진의 연기력은 '인생 연기'라는 칭찬을 받기도.
허진호 감독은 3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손예진에 대해 "안 지 십 년이 넘었다. 이번에 작업하면서는 어떤 영화의 전체, 촬영 진행과정에서 책임감이 있다고 느꼈다. 스태프와의 관계나 촬영장에서의 행동을봐도 '나는 여배우로 왔다'가 아니라 이 현장을 책임지고 가져가는 인물이다, 중요한 사람이다, 라는 생각이 있더라"고 칭찬했다.
허진호 감독과 손예진이 처음 만난 작품은 '외출'. 허 감독은 '외출' 때의 손예진에 대해 "그 때는 어리고 위축되고 그런 게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여배우들이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손예진처럼) 그런 부분까지 신경쓰지 못하는데 자기가 중심을 잡아가는 모습이 좋았다. 예전과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또 '덕혜옹주'에서의 연기에 대해서는 "굉장히 파워가 크다. 힘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더라. 순간에 대한 집중, 인물에 대한 몰입은 농담식으로 신기 접신 그런 얘기를 했다. 그런 몇몇 장면을 찍을 때 해서 딱 어떤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지금 그 사람이 됐다는 느낌이 든 적이 있다. 몇 번 있었다. 관찰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것들을 구분을 하면서 본다"며 "어느 순간, 이거는 조금 자기가 연기를 하면서 어떤 연기를 하는지 모를 수 있을 정도로 몰입했다"고 말했다.
허진호 감독이 꼽은, 손예진의 몰입이 돋보였던 장면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고 슬픔에 잠기는 장면이다. 허 감독은 "이상하게 그 장면에서 몰입을 잘 못하더라. 다른 장면에서는 그런 감정 연기에서 리얼했는데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감정이 왔고 오열을 하고 하는데 울음이 안 그치더다. 20-30분 울었다. '컷을 어떻게 해야하지 이거?'했었다"며 "계속 우는 거다. 결국은 한 20~30분을 넘게 울었다. 박해일 배우와 우리는 배가 고팠지만 기다렸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덕혜옹주'는 근현대사 속 인물인 덕혜옹주의 삶에 상상력을 가미해 만든 드라마 장르의 작품이다. 주로 멜로 영화를 찍어 온 허진호 감독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되는 셈. 이 영화는 현재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같은 날 개봉해 박 터지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허진호 감독은 "영화를 만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영화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상당하다"면서도 "이 경쟁을 잘 이겨내야 할텐데"라며 경쟁에 대한 부담을 드러냈다. 과연 허진호 감독과 손예진의 도전은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결과가 기대감을 자아낸다. /eujenej@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