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되어 있어도 하정우는 하정우였다.
하정우는 3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영화 '터널'을 통해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열연으로 약 126분 간의 러닝타임 동안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터널'은 무너진 터널 안에 갇힌 한 남자의 사투를 다룬 작품. 하정우는 극 중 터널 안에 갇혀버린 정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터널이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천하의 하정우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의심하는 이들이 있다면 '터널'을 필람 영화 목록에 넣어야 할 듯 싶다. 하정우는 좁디 좁은 터널 속에서 특유의 능글맞은 유머 코드는 물론, 절망 속에 생존을 향한 의지를 불태우는 한 남자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영화 속에서 하정우를 둘러싼 배경은 자동차, 그리고 그 자동차가 갇혀버리는 터널, 이것이 전부다. 극 오프닝을 장식하는, 터널로 향하는 길 도중에 잠시 정차한 주유소가 그나마 하정우의 '바깥 생활' 설정이다.
이처럼 극도로 제한된 상황 속에서 하정우는 오롯이 자신의 열연으로 극의 긴장감을 이끌어냈다. 터널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할 때의 두려움, 그리고 자신이 갇혔다는 것을 알았을 때 또 다시 닥쳐오는 두려움 등 재난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는 인간을 그려냈다.
자신이 구조될 것임을 믿고, 터널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노력하는 인간의 생존 본능 역시도 표현해냈다. 어렵게 잡힌 라디오 주파수를 통해 흘러나오는 클래식에 "클래식, 좋네. 마음의 안정을 취하자"며 던지는 말도, 우연히 발견한 '개밥' 앞에 무너지는 코믹한 모습들도 확인할 수 있다.
'터널'은 그 어떤 영화보다 하정우의 역량이 중요한 영화였다. 물론 갇힌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는 아내 세현 역의 배두나와 정수를 구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구조대장 대경 역의 오달수도 '터널'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하정우가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극의 지루함과 재미가 결정될 수 있는 상황. 때문에 메가폰을 잡은 김성훈 감독은 하정우라는 배우의 캐스팅이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평을 들을 듯 싶다. / trio88@osen.co.kr
[사진] '터널'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