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널’이 베일을 벗었다. 2년 만에 돌아온 김성훈 감독은 무너진 터널에 갇힌 남자를 가지고 맷 데이먼의 ‘마션’보다 절박하고 봉준호의 ‘괴물’보다 현실적인 영화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하정우와 오달수 그리고 배두나의 눈물 쏙 빼는 연기는 덤이다.
유쾌한 남자의 1인 생존기라는 면에서 ‘터널’과 ‘마션’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 영화 속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과 이정수(하정우 분)도 어떤 절박한 상황에서도 즐겁고 유쾌한 면모를 잃지 않으려고 애쓴다. ‘먹방’(먹는 방송)의 대가인 하정우가 개밥과 케이크를 먹는 장면만으로도 웃음이 터져 나온다. ‘마션’과 ‘터널’ 모두 절박한 상황 속 유머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하지만 마크 와트니보다 이정수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언제 붕괴할 줄 모르는 터널 안에 비하면 감자도 재배할 수 있고 식량도 남아있는 화성 탐사기지는 조금 상황이 나은 편이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이정수와 마크 와트니를 구하려는 정부의 태도다. 미국 정부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마크 와트니를 구할 방법을 마련해낸다. 그렇지만 이정수 구조작전은 장애물이 더 많다.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는 소방대장 대경(오달수 분)과 아내 세현(배두나 분)에게 주어진 현실은 엄혹하기만 하다.
그리고 김성훈 감독은 세 사람에게 주어진 엄혹한 현실을 담아낸다. 구조 과정부터 구조가 진행되는 모든 과정이 뉴스에서 봤던 것처럼 생생하게 펼쳐진다. 무엇보다 생명과 돈을 저울질하는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이어진다.
‘터널’이 가진 사회 비판적인 시각은 배두나가 출연했던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떠올리게 한다. ‘괴물’은 평범한 강두(송강호 분)가 괴물로부터 딸을 지키기 위해 펼치는 고군분투를 통해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괴물 같은 면모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너무도 현실적이기에 이 지점에서 ‘터널’은 자연스럽게 온 대한민국이 겪어온 사건들과 국민이 함께 흘린 눈물을 소환한다.
이 과정을 그린 ‘터널’은 계속 흥미진진하다. 붕괴한 터널 안과 밖의 대비와 터널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들이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터널 안에 갇힌 하정우는 물론 그 누구보다 현실적인 얼굴을 담아낸 배두나와 책임감 있는 현실의 히어로를 표현한 오달수의 합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끝까지 간다’라는 작품을 통해 충무로의 신성으로 떠오른 김성훈 감독은 ‘터널’을 통해 데뷔작의 선전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유머와 속 시원한 사회 비판 그리고 액션과 스릴까지 담아낸 ‘터널’이 과연 한국 영화 여름 대전에서 어떤 성적을 기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pps2014@osen.co.kr
[사진] '터널'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