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유재석의 대표 프로그램은 누가 뭐라고 해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일 터다. 그리고 그는 김태호 PD의 농담 섞인 평가처럼 ‘무한도전’의 심장으로 여겨진다. 동시에 유재석은 김태호 PD와 함께 ‘무한도전’의 수장이자 사과 혹은 공식적인 이야기를 할 때 입을 여는 대변인이다.
유재석은 지난 1일 ‘무한도전’ 제작진과 멤버들이 미국 특집 촬영차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출국을 할 때 언제나처럼 시민들과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 질문은 두 가지였다. 취재진은 양세형의 고정 출연 여부와 정형돈의 최종적인 하차에 대한 유재석의 생각을 물었다. 출국 며칠 전 정형돈은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무한도전’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최종적으로 하차하겠다고 밝혔고, 김태호 PD는 보도자료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형돈의 하차가 아쉽지만 본인의 행복을 위한 결정을 존중하며 언젠가 다시 만나길 바란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 사이 ‘무한도전’은 녹화가 없었던 터라 멤버들의 정형돈의 하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었다. 물론 ‘무한도전’의 특성상 방송을 통해 정형돈의 최종 하차와 그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구성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것이 자명한 상황. 그래도 기자들이 정형돈에 대한 이야기를 유재석에게 묻는 것은 어쩌면 대중이 가장 궁금할 질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 유재석은 취재진의 질문에 특유의 친절한 미소를 유지하며 조심스럽게 대답을 했다. 촬영과 출국을 위한 이동이라는 바쁜 와중에도 그가 한 말은 “안타깝고 본인 역시 아쉬울 것”이라는 짧지만 아끼는 후배 정형돈에 대한 애정과 프로그램 수장으로서의 안타까운 속내가 들어 있었다.
반 고정 멤버로 활약 중인 양세형에 대한 생각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양세형 씨가)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라면서 “(고정 여부는) 우리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보실지 판단해야 한다”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늘 프로그램과 다른 멤버들, 그리고 ‘무한도전’ 여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유재석은 신중하고 또 신중하다.
생전 처음 보는 시민을 만나든 1년에 한 두 번 잠깐 스쳐지나가는 기자를 만나든 언제나 한결 같이 악수를 먼저 건네고 살갑게 이야기를 하는 그는 ‘무한도전’에 대한 질문만큼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답을 한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한 번 본 기자의 이름을 모를지언정 얼굴은 기억해서 악수를 다시 건네는 철두철미한 성격의 방송인일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을 정도다. 기자들이 ‘무한도전’ 촬영 현장을 찾아 취재를 할 때 유재석에게 몰리는 이유가 있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진 않고 최대한 친절하면서도 행여나 잘못 해석될 여지가 있을까 간결하게 답을 한다. 그는 시민들이나 기자들에게 언제나 친절한 ‘유느님’인 셈이다.
유재석은 언제나처럼 김태호 PD를 비롯한 제작진의 의중과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를 신중하게 건넸다. 국민 MC이기 전에 ‘무한도전’의 멤버 수장이자 대변인인 유재석이 방송 11년 동안 대중에게 보여준 꾸준한 모습이다. / jmpy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