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에서의 명대사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 숙희를 향한, 이로써 자유의지를 얻게 된 히데코의 사랑 찬가다.
MBC 수목드라마 'W'(극본 송재정, 연출 정대윤) 속 강철(이종석 분)이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알고 보면 모두 허상이었고 웹툰 세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의 감정이 이랬을까. 바로 자신의 세상에 들어와 모든 것을 자각하게 한 오연주(한효주 분)에 대한 감정 말이다.
강철은 매일 밤 악몽을 꿨다. 한강에서 빠져 죽는 꿈이다. 그런데 이는 오성무(김의성 분) 작가의 의도에 의하면 실제로 강철이 죽었어야 하는 부분. 강철은 어떤 이유에서 자유의지를 장착하면서 살아나 성무로부터 숱한 살해 위기를 당하게 됐다.
그를 구하고 또 동시에 그의 세상을 멈추게 한 것은 연주다. 연주는 웹툰 세계에 빨려 들어와 강철을 만났다. 강철이라는 캐릭터는 자신의 가족을 몰살한 진범을 잡기 위해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풀 수 있는 유일한 키가 연주라는 것을 직감하고 그에게 진실을 물었다.
연주는 자신에게 총구를 겨누는 강철 앞에서도 쉬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불행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계속해서 침묵해고 가리고 있던 진실은 연주가 살인범으로 몰리면서 어쩔 수 없이 털어놓게 된 것. 이때의 침묵은 강철이 진실을 알고 현실 세계로 빠져나온 이후에도 연주에게 고마움을 드러낸 이유다.
지난 3일 방송된 5회에서는 두 사람이 현실 세계에서 재회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강철은 진실을 알게 된 소감에 대해 후회한다고 털어놨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진실이었기 때문. 한순간에 강철은 한 인간으로서 존재할 가치와 이유가 모두 사라진 셈이니까.
동시에 연주가 아니었다면 아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진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강철이 살고 있는 세계를 멈추게 했지만, 그를 구원하는 인생의 키가 된 모순적인 상황이라는 것. 이처럼 로맨스에서도 뻔하지 않은 신선함을 전달한다는 점은 지상파드라마의 한계를 깨고 있다는 호평을 얻는 이유다.
‘웹툰W’를 창조한 성무도, 극중 캐릭터인 강철도 연주로 인해 살아났던 연결고리를 추후 전개에 어떤 단서가 될까. 그 어느 누구도 쉽게 단정내리고 예측할 수 없는 재미가 바로 ‘W’의 매력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W'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