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정현이 드디어 무패 부담감을 떨쳐냈다.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는 점도 대단했지만, 승패를 떠나 진정으로 음악을 즐기는 모습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박정현은 지난 3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보컬 전쟁-신의 목소리'에서 청아한 음색의 여대생 임영은과 대결을 펼쳤다.
어머니가 성악을, 아버지가 국악을 했다고 밝힌 임영은은 등장부터 놀라운 가창력으로 시선을 압도했다. 임영은의 도전곡은 박정현의 '꿈에'. 이 곡은 박정현마저도 긴장하게 만들 정도로 최고난이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임영은은 너무나 안정적으로 '꿈에'를 완벽하게 소화해내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에게 극찬을 얻었다. 박정현은 "제가 들어본 '꿈에' 중에 제일 잘했다. 최고였다"고 말했고, 윤도현은 감동의 눈물까지 글썽였다.
이런 임영은에 맞선 박정현은 인피니트의 '내꺼하자'를 자신의 스타일로 편곡했다. 쉽지 않은 대결 앞에 천하의 박정현도 긴장을 했다. 급기야 "오늘은 질 것 같다"며 자신없는 모습을 내비치기도.
하지만 박정현은 박정현이었다. 무대에만 서면 돌변하는 박정현의 위엄은 이번에도 통했다. 특히 김경호의 말처럼 힘을 빼고 편안하게 노래하는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왜 박정현을 '보컬 끝판왕'이라고 부르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게 했다.
결과는 아쉽게도 박정현의 패. 단 8표 차이로 임영은이 승리를 하게 되자 박정현은 놀라 얼떨떨해 하는 임영은보다 더 많이 기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정현은 방송이 되는 4개월 여의 시간동안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다. 우스갯소리로 '박정현을 이겨라'로 프로그램명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박정현은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졌다는 것. 하지만 정작 박정현은 무패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고 고백했다. 거미 역시 "언니가 정말 무패에 대해 부담을 많이 느꼈다"라고 말하기도.
그도 그럴것이 3시간 동안 전혀 시도해지 본 적 없는 음악을 자신의 색깔에 맞게 편곡하고, 또 이를 완벽히 소화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계속된 무패행진으로 대중들의 높아진 기대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의 짐은 박정현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을테다. 그렇기에 박정현은 진심으로 임영은의 승리에 기뻐했고, 또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전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신의 목소리'는 오는 15일 단 한 번의 스페셜 방송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제 무패 부담감을 완전히 떨쳐내고, 더 즐겁게 음악을 즐길 박정현의 마지막 무대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쏠린다. /parkjy@osen.co.kr
[사진] '신의 목소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