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빨로맨스’의 배턴을 이어 받아 치열한 수목극 경쟁에 뛰어든 ‘W’가 파죽지세의 시청률 상승을 보이고 있다. 8%대의 시청률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회를 거듭하며 연일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더니 결국 수목극 1위 왕좌를 차지하고, ‘굳히기’까지 돌입했다. SNS며 온라인 커뮤니티도 난리가 났다.
이처럼 ‘W’가 화제성과 시청률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비결은 뭘까. ‘만찢남’ 강철을 연기하는 이종석과 그의 구원자 오연주로 분한 한효주가 보여 주는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물론, 배우 간의 케미도 상당하다. 그러나 단순히 비주얼 만으로는 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없다. ‘W’가 돋보이는 이유는, 보는 이들에게 화두를 던지고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만화 속 주인공과 현실 속 인물이 사랑에 빠진다거나, 그 둘이 서로 다른 시공간을 오고간다는 설정은 사실 새롭지 않다. 영화나 만화 등 다양한 그릇에 비슷한 이야기들이 담겼다. 1980년대를 풍미한 노르웨이 밴드 A-Ha의 최고 히트곡 ‘take on me’의 뮤직비디오만 봐도 설정의 유사성을 포착할 수 있다. 이러한 이야기에 다년간 쌓여 온 관습적인 구조가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W’는 이들과 출발만 같이 할 뿐,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다음에 펼쳐질 일들은 전혀 예측할 수 없으니, 시청자들이 스스로 각종 상황을 만들어 극 중 캐릭터들을 대입해 보는 상황이 발생한다. 혼자 하면 재미가 없으니,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함께 강철과 오연주의 미래를 내다 본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단순한 시청 이상의 재미를 자발적으로 찾아 나서게 만드는 매력이 ‘W’에 존재하는 것이다.
‘W’의 대본을 집필하는 사람은 송재정 작가 한 사람이지만, 공론장에서는 시청자들 모두가 ‘W’의 작가다. ‘W’를 향해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상플(상상의 결과물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들은 이제 하나의 유희가 됐다. 이쯤 되면 4회 연속으로 자체최고시청률을 갈아치울 만도 하지 않은가. /bestsurplus@osen.co.kr
[사진] ‘W’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