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떠난 자리는 사람으로 채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반 백 년 가까이를 한 자리에서 함께 했던 사람의 빈 곳을 채우기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남서방 남재현이 나섰다. 후포리언들에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풀코스로 짜여진 휴가를 선사한 것.
지난 4일 방송된 SBS ‘자기야 - 백년손님’에서는 故최복례 회장님의 별세 후 우울해 하는 후포리 식구들을 위해 ‘방콕’ 휴가를 준비한 남재현의 따뜻한 마음이 그려졌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춘자 여사 댁에 모인 넘버투, 넘버쓰리 할머니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회장님의 이야기를 나눴다. 50년 가까이를 한 마을에서 살았던 친구를 이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못내 서운하고 슬펐던 탓이다.
또 함께 나이 들어 가고 있던 후포리 식구들에게는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것이 더욱 실감나기도 했을 터. 이에 할머니들은 “내 일처럼 생각되서 눈물이 난다”고 털어놨다. 넘버쓰리 할머니는 음식도 잘 넘어가지 않고 우울증이 올 것 같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남재현은 후포리언들을 위로하기 위해 특급 휴가를 준비했다. 휴가라고 해서 대단한 것은 없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도란도란 모여 식사를 하고, 수다를 떠는 것이 전부였지만 가라앉은 후포리의 분위기를 되살리기엔 충분했다.
남다른 스케일을 자랑하는 후포리 특유의 중국음식을 배달시키는 것으로 휴가는 시작됐다. 처음에는 먹지 않겠다던 넘버쓰리 할머니도 돋보기 안경까지 써 가며 풍성한 식사를 즐겼다. 식사 후 수동 빙수기와 제철 과일로 만든 레인보우 슬러시는 혹평을 받았지만, 후포리 식구들은 웃음을 되찾았다.
배부르게 후식까지 먹은 뒤 TV 앞에 앉아 채널을 바쁘게 돌리며 한 마디씩 보태던 할머니들은 이내 잠에 빠져 들었다. 이때 남재현은 색색깔의 팩을 준비해 잠든 할머니들의 얼굴에 작품(?)을 그려 폭소를 자아냈다. 잠에서 깨고 보니 도깨비가 돼 버린 서로의 얼굴을 보며 할머니들은 소녀처럼 까르르 웃었다.
남서방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꼭 들어찬 프로그램으로 준비한 휴가는 그렇게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후포리언들은 순간순간 이 재미있는 것들을 회장님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터다. 그러나 그리운 회장님을 제대로 기억하는 방식은, 우울함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웃음을 되찾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남재현이 세심하게 마련한 ‘방콕’ 휴가는 소소하기 그지 없었지만, 이토록 따뜻하고 애틋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자기야-백년손님'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