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죽는다. 한국전쟁 때 낙동강 전선을 사수하는 국군에게 내려진 지령이 그랬다. 지금 '인천상륙작전'이 딱 그 상황이다. 개봉이후 지금까지 줄곧 박스오피스 1위. 그러나 이번 주 막을 올린 '덕혜옹주'와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턱밑까지 추격했다. 1~3위간 관객 격차는 불과 8953명. 2위 '수어사이드'와 3위 '덕혜옹주'와의 차는 1210명. 사실상 오차범위 이내의 접전이다. 드러난 순위는 의미없다. 이번 주말의 첫 격전인 금요일 관객 동원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바로 벼랑으로 떨어지는 것이 지금 박스오피스 선두 싸움이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인천상륙작전'은 4일 하루 동안 26만 2861명(누적 416만5144명),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25만5118명(누적 65만4824명), '덕혜옹주'는 25만3908명(53만5819명)을 기록했다. 실시간예매율의 경우 5일(오전 8시 현재) '덕혜'가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인천'과 '수어사이드'가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올 여름 대전에서 가장 먼저 여유있게 개봉한 '부산행'은 16만3820명으로 4위에 그쳤지만 누적 관객수가 벌써 941만6008명. 천만관객 돌파는 따놓은 당상이라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인천' VS '덕혜' VS '수어사이드'의 피 튀기는 싸움을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고 있다.
결국 후발주자 세 영화의 흥행 기세는 이번 주말 승부로 판가름난다. 요즘 영화들의 장기 흥행 여부는 대개 개봉 첫 주말 입소문과 관객수로 모든 게 결정되기 때문이다. 일단 드러난 정황들만 놓고 봤을 때는 외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가장 불리하다. 권위있는 영화전문사이트 로튼토마토 등 평단은 물론이고 영화팬들로부터 '배트맨 대 슈퍼맨' 이상으로 재미없는 영화라는 혹평을 듣고 있다. DC의 고정팬들이 받쳐줘서 개봉 전 예매율과 개봉일 관객에선 '덕혜' '인천'과 박빙 승부를 벌였지만 뒷심을 장담하기 어렵다.
'덕혜옹주'는 시사회 이후 평단과 관객, 양쪽으로부터 찬사를 듣는 중이다. 덕분에 '올 여름대전 4파전에서 가장 밀리지 않겠나'라던 일부 성급한 주장을 갈아엎은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손예진과 박해일의 인생 연기가 돋보이고 '8월의 크리스마스' 허진호 감독이 선보인 첫 상업적 연출은 압권이다.
'인천'은 독을 먹고 쑥쑥 자랐다. '국뽕영화' '호국? 반공영화의 절정판'이란 영화외적 비난이 무수하게 쏟아지면서 오히려 반발 효과를 내고 있다. 이정재-이범수에 리암 니슨이 가세한 캐스팅도 훌륭하다.
'인천'과 '덕혜' 또는 '덕혜'와 '인천'의 쌍끌이로 이어질지, 아니면 두 영화 가운데 한 편이 독주체제로 나설지,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의외의 변수를 만들지 등 사상 유례없는 폭염속에서 펼쳐지는 극장가 여름대전의 승부는 오싹한 냉기로 가득하다./mcgwire@osen.co.kr
<사진> '인천' '덕혜' '수어사이드'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