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의성은 단연 올 하반기 가장 뜨거운 인물이다. 스크린에서는 ‘부산행’을, 안방극장에서는 ‘W’를 동시에 흥행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그는 두 작품 모두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아 극의 대들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부산행’에서 김의성이 연기한 용석은 전후좌우 아무리 뜯어 봐도 ‘나쁜 놈’이다. 이기주의가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민폐의 극단을 보여 준다. 실제로 그는 ‘부산행’의 첫 공개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저희 영화가 적당히 잘 되면 좋겠는데, 아주 잘 되면 곤란할 것 같다”며 장난스레 두려움을 표하기도 했다.
‘W’의 오성무 역시 언뜻 보면 전형적 악역 같다. 주인공을 창조했지만, 동시에 그를 제거하려고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오성무는 아직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유 의지를 얻게 된 웹툰 주인공 강철(이종석 분)을 칼로 찔러 죽이려고 하더니, 그와의 독대에서는 “넌 내가 만든 설정값에 불과하다”고 폭언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W’의 오성무는 ‘부산행’의 용석과 좀 달라 보인다. 극 중 오성무의 사연이 드러나면 드러날 수록, 그를 향한 연민이 솟는다. 7년 동안 연재하던 만화 속 인물이 돌연 자기 마음대로 이야기를 바꾸더니 창조주인 자신에게 도전하기까지 한다. 오성무로서는 황당한 노릇이다. 게다가 겨우 강철을 없앴나 싶었는데, 딸 오연주(한효주 분)가 그를 살려냈다. 그 결과 오성무는 강철에 총에 맞아 목숨을 잃을 뻔하기까지 했다.
다음 전개는 점입가경이다. 이 황당한 사연을 사람들이 믿어줄 리 없기 때문에, 오성무는 총격 사건을 자살기도로 꾸민다. 강철은 맥락 있는 엔딩을 내겠다며 스스로 다리에서 뛰어 내리고, 웹툰은 오성무의 의사와 관계 없이 끝난다. 7년을 봤던 웹툰이 그 지경으로 끝난다면 독자로서는 화가 날 법도 하지만, 극심한 스트레스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오성무에게 독자들은 재연재와 강철 부활을 집단적으로 요구한다.
심지어는 오성무 자신도 강철에 대한 애정으로 재연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을 강요당하는 오성무의 입장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쯤 되면 ‘W’의 최대 피해자는 오성무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강철과 오연주 뿐만 아니라, 오성무에게도 꽃길이 펼쳐지길 바라 본다./bestsurplus@osen.co.kr
[사진] ‘부산행’ 스틸컷, ‘W’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