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은 역전이고 예상은 반전이다. 허진호 감독의 사극대작 '덕혜옹주'가 박스오피스 선두로 나섰다. 개봉일 3위로 출발했다가 3일 만에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뒤늦게 관객 호응에 발동이 걸리는 영화들을 통상 개싸라기 흥행작으로 부른다. 영화의 힘이 강하고 탄탄해서 관객 입소문의 지원을 받을 때만 가능한 패턴이다. 개싸라기 흥행의 특징은 한 번 불이 붙으면 쉽게 꺼지지 않고 무섭게 번진다는 것. '늦바람이 무섭다'는 우스갯 속어와 역설적으로 일맥상통한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만에 따르면 '덕혜옹주'는 6일 하루 동안 44만4566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 126만3074명을 기록했다. 2위로 한 계단 내려앉은 '인천상륙작전'은 41만2천명으로 누적 485만의 스코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29만7464명(누적 117만2109명)으로 3위에 랭크됐다.
실시간 예매율(7일 오전 8시 현재)에서는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덕혜옹주'가 14만2408명으로 24.8%의 점유율로 1위를 질주하는 중이다. '인천'이 17.5%로 2위, 애니메이션 '마이펫의 이중생활' 14.8%, '부산행' 10.1%의 순서다. 평단과 관객, 양쪽으로부터 혹평을 듣고 있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개봉전 기세와 달리 10%로 5위까지 밀렸다.
'덕혜옹주'의 개싸라기 흥행은 영화계에서 일대 반전으로 통하고 있다. 당초 일부 평단 및 언론에서 올 여름 한국영화 4파전에서 가장 밀리는 작품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기도 전에 맛이 덜하다고 쓴소리를 했던 셈. '덕혜옹주'는 첫 시사회 이후 감동과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호평과 함께 전국 대도시에서 릴레이 일반시사회를 개최해 세몰이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덕혜옹주' 흥행 반전의 비법 키워드는 과연 무엇일까.
#1. 허진호 연출의 힘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행복'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인물의 감정과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담아내는데 탁월한 연출력을 보인 허진호 감독은 많은 영화 팬들의 기대 속에 '덕혜옹주'로 4년 만에 스크린 복귀를 알렸다.
많은 관객들이 오래도록 기다렸던 허진호 감독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라는 운명의 무게를 짊어진 채 평생을 살아야 했던 덕혜옹주의 삶을 치열하면서도 섬세한 앵글로 담아내 영화를 관람하는 이들을 덕혜옹주의 삶에 집중하게 만든다.
#2. 인생 연기 손예진X박해일
가슴 저미는 손예진의 눈물과 이를 바라보는 박해일의 애절한 눈빛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며 개봉 전부터 폭발적인 입소문을 모았다. 두 배우 모두 '덕혜'에서 인생연기를 선보였다는 호평 일색이다. 뿐만 아니라 덕혜옹주의 곁을 지키는 복순 역의 라미란, 장한의 동료이자 독립운동가 복동의 정상훈, 특별출연으로 고종 역의 백윤식, 대한제국 황실의 근위대장 김황진 역의 안내상까지 작품 속 묵직한 무게중심을 이루는 배우들의 폭발적인 열연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3. 100만 독자 울린 베스트셀러.
고독한 삶을 세밀한 문체로 담아내 많은 독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던 권비영 작가의 소설 '덕혜옹주'를 원작으로 한 영화 '덕혜옹주'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팩션을 담아내 스토리에 활력을 더했다. /mcgwire@osen.co.kr
[사진] '덕혜옹주'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