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도연이라서 가능한 '굿와이프' 김혜경이다.
지난 6일 오후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극본 한상운 연출 이정효)에서는 남편과의 새출발을 다짐하기 무섭게 남편의 또 다른 비밀을 알게 되는 김혜경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특히나 현재 '굿와이프'에서 김혜경이라는 캐릭터는 남편을 둘러싼 성추문과 비리 검사 논란 등 외적인 상황에 휘둘리며 힘들어하는 인물. 게다가 오랜 친구였던 서중원(윤계상 분)에 대한 묘한 감정까지 생기면서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인물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꿋꿋이 버텨나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15년 만에 변호사 일을 시작하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기도 한다.
이처럼 감정적으로 복잡한 김혜경이라는 인물은 자칫 배우의 역량에 따라 안방극장에 그 심리 상태가 전달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전도연이라 참으로 다행스럽다. 명실공히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을 만큼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전도연이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에서 김혜경은 남편 이태준(유지태 분)과의 새출발을 다짐했다. 그간 이태준은 성상납은 물론, 뇌물을 받은 비리 검사로 낙인찍혀 재판을 이어가고 있던 상황.
그간 믿고 살았던 남편이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껴왔던 김혜경은 한편으론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혼란스러워 했었다. .그러나 일종의 휴식처였던 서중원과 오해로 엇갈리며 김혜경은 가정을 지키는 쪽으로 결심이 굳은 듯 했다.
이에 심리적으로 흔들리던 김혜경은 남편을 찾아가 "새출발하자고 결심했어. 그러니 나한테 모든 걸 다 말해줘. 이제 마지막이야. 더이상은 안돼"라고 선언했다.
그렇게 김혜경은 다시 중심을 잡는 듯 보였다. 입사를 위한 경쟁도 마무리됐고 마음도 굳힌 상황. 하지만 또 하나의 비밀이 터져버렸다. 로펌에서 자신을 돕던 김단(나나 분)이 남편 이태준과 내연 관계였다는 사실.
이태준 승소 파티에서 김혜경은 사라진 이태준 내사 기록에 김지영이라는 이름의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는 내용이 담겨있다는 걸 알게 됐다. 김지영은 바로 김단이 과거 지니고 있던 이름.
또 다시 충격에 빠진 김혜경이었지만 이태준의 내사 기록 속 김지영이라는 여성에 관해 캐묻는 검찰 수사관 김무열(김성탁 분)을 향해 냉정하지만 차분한 표정으로 "몰라요, 그런 사람"이라고 말하며 돌아섰다.
그럼에도 김혜경의 눈빛은 흔들렸다. 남편의 또 다른 성추문 사실을 안 부인의 심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눈빛이었다.
김혜경은 전에 없이 복잡한 인물이다. 자신의 일을 내려놓은 채 가정에만 헌신했던 굿와이프였지만 의도치 않게 세상에 나왔고 그 세상 속에서 최악의 일들을 경험하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굿와이프' 속 김혜경은 한번 톡 하고 쳐버리면 쓰러질 것만 같다. 그렇지만 한 번 친다고 해서 쉽게 쓰러지지 않을 김혜경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디테일은 모두 전도연이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어쩔 땐 모든 것에 지쳐버린, 그러나 어쩔 땐 능력있는 변호사로서, 아이들의 엄마로서 굳건한 모습을 보여주며 보는 이들을 감탄케 하고 있다. / trio88@osen.co.kr
[사진] '굿와이프'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