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미워할 수 없는 1할 타자다. 박명수가 ‘무한도전’ 추격전에서 시종일관 경기 방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떨어지는 체력 탓에 맥을 잡지 못하다가 마지막에 우승을 일궈냈다. 열심히 뛰어다니던 유재석에게 짐이었던 박명수가 또 다시 1할 타자라 조만간 크게 사단이 나겠다 걱정하던 시청자들에게 반전을 안겼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다방구 놀이를 가미한 추격전을 펼쳤다. 유재석과 박명수, 정준하와 하하, 양세형과 광희가 짝을 이뤄 추격자와 도망자로 나뉘어 경기를 펼친 것. 심장 박동수 100을 기준으로 위치가 노출됐고 멤버들은 극심한 체력 고갈과 눈치와 지략 싸움을 벌였다.
유재석은 체력이 떨어지고 심지어 경기 방식을 마지막까지 이해하지 못한 박명수 때문에 사실상 혼자 경기에 임했다. 정준하와 하하가 2번째 경기에서 3명을 잡는 바람에 승기가 기울어진 가운데 유재석이라는 추격전 강력한 능력자 덕에 유재석과 박명수는 광희 빼고 모든 도망자를 잡아들였다. 발이 빠르고 무조건 열심히 하는 광희가 이미 잡힌 양세형, 정준하, 하하를 구하면 정준하와 하하가 이기는 경기. 모두 광희가 유재석과 박명수의 뒤통수를 거하게 칠 것이라는 기대를 한 가운데 모두가 놀란 반전이 있었다.
바로 박명수가 무심코 연 비상구 뒤에 광희가 있었기 때문. 시종일관 맞지도 않는 촉 타령을 하며 유재석에게 짐이 됐던 ‘노약자’ 박명수가 터뜨린 대형 반전이었다. 결국 박명수의 강한 한방에 유재석과 박명수는 정준하와 하하를 제치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누구도 예상 못한 전개였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추격전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던 박명수가 무심코 열어당긴 비상구 문 뒤에 격한 반전을 준비하며 열심히 뛰어다닌 광희가 있을 줄이야. 그야말로 어떤 시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허탈할 수도, 짜릿할 수도 있는 반전이었다.
박명수는 늘 추격전에서 이랬다. 경기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 뛰어다니지 못해 최약체로 꼽히며 멤버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일이 많았다. 물론 두뇌싸움에서 꼼수와 배신을 앞세워 우위를 점하기도 했지만 사기에 능한 노홍철과 하하, 잘 뛰어다니는 유재석과 광희와 달리 정준하와 함께 멤버들이 일단 이기고 보는 추격전 최약체였다.
그래서 1할 타자였다. 추격전에서 별 기대를 하지 않는 멤버가 박명수였다. 2012년 ‘말하는대로’ 특집에서 조커 카드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 그야말로 ‘목놓아 웃겼던’ 박명수는 추억의 야구 놀이를 기반으로 한 추격전에서 육감을 바탕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모두가 기대하지 않았는데 통쾌한 반전이 펼쳐지거나, 아니면 정말 의외의 방식으로 실수를 해서 큰 웃음을 안기는 일이 박명수가 ‘무한도전’ 추격전에서 보여줬던 그다운 모습이었다.
박명수가 추격전에서 보여주는 성실하진 않지만 그리고 꾸준하진 않지만 가끔 터뜨리는 만루홈런은 ‘무한도전’ 속 박명수라는 예능인의 캐릭터와 일맥상통한다. 10개의 농담을 던지면 1개가 크게 웃기는 박명수. 9개를 투척하는 동안 재미를 위해 일부러 불성실한 속내를 과장해서 드러내기도 하고, 다른 멤버와 갈등을 벌이며 ‘욕받이’를 자처하기도 한다.
논란이 발생하겠다 싶을 때 웃음 홈런을 안기며 반등에 성공하고 ‘무한도전’의 재미를 확 높여놓는다. 때론 10개 중 1개가 제대로 터지기 전에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11년간 방송되면서 대부분의 논란이 상황극과 캐릭터의 재미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을 시청자들이 알게 됐다. 박명수가 11년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시청자들과 쌓아온 유대감과 만루홈런의 대기록은 그를 애증의 예능인으로 만들어놨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