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2016년 하반기 드라마 가운데 최고의 화제작이 ‘W’임은 이제 분명해진 듯하다. 올해 들어 내내 울상을 지었던 MBC 드라마국이 드디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걸출한 배우들이 포진해 있던 수목극 경쟁에서 다소 불안정한 출발을 했던 ‘W’는 어떻게 대중의 인정을 받게 됐을까.
먼저 8일 MBC ‘W’ 측이 공개한 촬영 현장 스틸컷을 보면 이 드라마의 첫 번째 흥행 요인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이종석과 한효주, 두 주연 배우의 ‘케미’다. 사진 속 이종석과 한효주는 분홍색 스웨트셔츠를 커플룩으로 맞춰 입은 채 여느 연인들처럼 달달한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선남선녀가 잘 어울리는 데 이유가 있겠냐만은, 평균 신장을 훨씬 웃도는 훤칠한 키에 이목구비보다 먼저 눈에 들어 오는 말간 피부가 닮은 두 사람이다. 그렇다고 남매 같은 느낌은 아니다. 시종일관 차분한 극 중 강철(이종석 분)과 공명심 넘치는 푼수 오연주(한효주 분)는 서로를 중화시키며 이성적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이 같은 남녀 주인공의 내외적 케미 덕에 다소 비현실적으로 다가올 수 있던 소재에도 시청자들은 빠르게 유입됐다. ‘W’ 속 강철이 부르짖는 ‘맥락’은 이제 유행어 수준으로 번졌다. 단 6화 밖에 방영되지 않은 상태지만, 광고 등지는 물론이고 예능 프로그램에 자막에도 ‘맥락’이 속속 등장한다. 그야말로 맥락 없는 유행이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광경이다. 자매품은 ‘설정값’이다.
‘W’를 흐르는 또 하나의 인기 맥락은 향후 전개 예측에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안방극장은 장르물에 박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tvN ‘시그널’ 등이 크게 호평을 받으며 장르물의 파이 역시 커지고 있다. 특히 ‘W’는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고 있는데, 시청자들은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가며 드라마 속 강철과 오연주의 앞날을 가늠하는 놀이에 빠져든 상황이다.
이처럼 ‘W’를 즐기는 방식은‘케미’ 구경으로 시작해 ‘놀이’로 끝난다. 가히 종합선물세트라고 불러도 좋을 터다. 이 정도면 맥락 있는 인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bestsurplu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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