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영화대전에서 '덕혜옹주'가 대형사고를 치고 있다. 개봉 2주차에 박스오피스 선두를 굳건히 지키면서 2위 그룹과의 격차를 벌리는 중이다. 관객 수도 오늘(9일) 오전 2백만명을 돌파하면서 장기 흥행에 안착하는 분위기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덕혜옹주'는 8일 하루 동안 25만2763명을 동원해 누작관객 195만9258명을 기록했다. 2위 '인천상륙작전'은 16만9340명에 누적 541만4743명의 성적. 지난 주말 천만돌파의 팡파레를 터뜨린 '부산행'은 13만2584명으로 여전한 흥행 기세를 이어가며 1017만4757명으로 3위에 올라있다.
'덕혜옹주'의 지금 흥행은 대역전이고 당초 예상과는 반전이다. 여름 전, 영화계 예상은 '인천상륙작전'과 '부산행'의 2강 구도에 '터널'이 1중, 그리고 '덕혜옹주'를 약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거장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덕혜옹주'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건 시사회 첫 공개 이후부터. 재미와 감동, 눈물을 동시에 잡았다는 입소문이 돌기시작하면서 배급사는 부랴부랴 12개 대도시 릴레이 일반시사를 개최했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아니나다를까. 개봉일 3위로 출발했던 '덕혜'는 4일 만에 강력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인천'과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 세 영화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가 했더니 주말 끝무렵부터는 '덕혜'의 독주체제로 바뀌고 있다. 이런 식으로 뒤늦게 관객 호응에 발동이 걸리는 영화들을 통상 개싸라기 흥행작으로 부른다. 영화의 힘이 강하고 탄탄해서 관객 입소문의 지원을 받을 때만 가능한 패턴이다.
‘덕혜옹주’는 실시간 예매율과 좌석점유율 면에서도 1위를 기록하는 중이기에 앞으로 흥행전망도 밝다. 이런 흥행을 이끌어 낸 것은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인 손예진의 인생연기가 빛났기 때문이다. 손예진은 덕혜옹주로 변신해서 나라의 비참한 운명과 함께 기구한 삶을 살아내는 모습을 연기했다. 무엇보다 노역 분장까지 감수하며 관객의 눈시울을 적시는 감동적인 연기를 펼쳤다.
손예진의 엄청난 연기 뒤에는 균형감각과 세심함을 갖춘 허진호 감독이 있었다. ‘덕혜옹주’ 시작부터 손예진을 믿었고 손예진도 그런 허진호 감독에 믿음에 부응하며 온 몸을 내던지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 허진호 감독은 슬픔과 울분과 좌절 그리고 감동까지 덕혜로 변신한 손예진의 인생연기를 훌륭하게 스크린에 담아냈다./mcgwire@osen.co.kr
<사진> '덕혜옹주'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