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 연예산책]'부산행' 천만시대, 원톱 정유미의 재발견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8.09 09: 35

여배우 정유미를 처음 본 건 김태용 감독의 2006년 작 '가족의 탄생' 시사회였다. 지금은 월드스타 탕웨이와의 결혼으로 더 유명해진 김 감독이지만 당시만해도 '여고괴담2'로 뜨기 시작한 신예 기대주. 온갖 사랑이 춤추는 '가족의 탄생'은 다소 난해하고 조금 어려웠어도 김 감독의 타고난 자질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또 하나.
기자의 눈에 쏙 들오언 배우 한 명이 있었다. 주연을 맡은 엄태웅이나 문소리, 고두심과 공효진, 봉태규도 아닌 정유미란 여배우. 이름이 생소했지만 봉태규를 한 눈에 사로잡는 깔끔한 미모와 색다른 매력, 그리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력은 '이런 진주가 어디 숨어있었지?'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그리고 10년. 강산이 한 번 바뀔 세월이 지나고나서 정유미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엔 소수 '정유미 마니아'를 벗어나 대한민국 1천만 영화팬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연기파 배우 '부산행' 정유미다. 

 
지난 10년을 영화배우 정유미는 부지런히 살았다.(네이버 인물검색으로 들어가면 탤런트 정유미가 먼저 나온다. '부산행' 정유미의 직업은 영화배우로 표기됐다) '히말라야'(2015) '차우'(2009) 등 대형 상업영화에도 얼굴을 내밀었지만 '좋지 아니한가' '케 세라 세라'(이상 2007)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녀들의 방'(2008) '옥희의 영화'(2010) '우리 선희'(2013) 등 저예산 수작들에 단골로 출연했다. 
매년 서너편의 영화를 쉬지않고 찍었다. 본인이 열일하고 싶어도 불러주지 않으면 쉬어야하는 게 배우의 숙명이다. 정유미를 향한 영화계 러브콜이 끊이질 않았다는 증거다. 박중훈과 공연한 '내 깡패 같은 애인'(2010)의 세진 역은 그만의 로코퀸 스타일을 완성했고 2010년 흥행작 '도가니'에서 유진 역으로 대박 흥행의 단맛을 맛봤다. 정우의 아내 역으로 눈물 한 바가지를 흘린 '히말라야' 최수영 역으로 천만영화의 기쁨을 함께했으나 특별출연이란 제약이 아쉬웠다.
2016년 정유미에게는 아쉬움도 없고 서러움도 없다. 올해 최초의 천만영화이자 칸 국제영화제가 호평한 대작 '부산행'에서 그는 당당히 공유 마동석 두 남자배우와 함께 극을 이끄는 삼각편대로 활약했다. 모든 장르와 다양한 작품을 섭렵한 연기파 배우만이 선사할 수 있는 완성형 연기를 '부산행' KTX 열차 안에 쏟아부었다. 좀비떼를 때려눕히는 괴력의 마동석조차 정유미 앞에서는 순한 양 마블리에 불괴했을 정도.
 정유미는 "칸에서 '부산행'을 처음보고 든 생각은 연상호 감독이 영화를 잘 찍었다고 생각했다. 공유의 성장도 정말 놀라웠다. 배우로서 다른 배우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본다는 것이 신기하고 부럽고 그런 기분이었다"고 했다. 동료를 더 칭찬하고 아끼는 정유미의 미덕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부산행'에 대한 그의 해석은 이렇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고나서 희망적인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를 찍을수록 절망적인 느낌으로 바뀌었다. 기본적으로 좀비가 창궐한 세상에 대한 영화지만 이걸 보고 관객들이 희망을 찾기를 바랐다"고 했다. 관객에게 작품 속 캐릭터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통하는 것이 배우의 역할이고 정유미는 이를 99% 소화한 셈이다.  
정유미에 대한 마동석의 찬사 몇 마디. 그는 '부산행' 영화 출연 계기를 묻자 "무엇보다 정유미랑 부부로 나오는 캐릭터가 제일 좋았다"며"(정유미가) 항상 현장에서 저를 '마요미'라고 불러서 저도 '정요미'라고 불렀다"고 답했다. 정유미는 마블리 마동석도 춤추게 만드는 모양이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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