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남궁민 "쉽지 않던 아빠 연기, 진심 전해져 기쁘다"[대기실습격①]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6.08.09 10: 30

분명 특별출연인데, 주인공 못지 않은 존재감을 뽐내며 극을 압도했다. 두 아들을 향한 부성애로 안방을 눈물바다로 만든 것. 생애 첫 아빠 연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훌륭하다 싶을 수 없는 탄탄한 연기력을 뽐낸 남궁민에 시청자들의 극찬이 쏟아졌다. 
남궁민은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극본 하명희, 연출 오충환) 13회부터 15회까지, 무려 3회동안 아내 없이 두 아들을 키우는 젊은 아빠 남바람으로 출연했다. 안 그래도 빚 때문에 힘든 삶을 살고 있던 남바람은 두 아들 해와 달의 수술비에 허덕였고, 오히려 아이들이 고아라면 전액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에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됐다.
남궁민은 이런 남바람의 비극적인 상황과 절망스러운 마음을 탁월한 연기력으로 표현해내 큰 호평을 얻었다.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남궁민의 눈빛과 표정은 시청자들이 남바람이라는 인물에 완벽히 몰입할 수 있는 이유가 됐다. 특히 14회 방송 말미 옥상에서 토해낸 그의 진심과 오열은 안방까지 눈물 바다로 만들기에 충분했다는 평이다.

연출자인 오충환 PD와 '냄새를 보는 소녀'(이하 '냄보소')를 통해 인연을 맺어 특별출연까지 하게 된 남궁민. 연기 뿐만 아니라 의리도 열일하는 '멋진' 배우 남궁민을 이대로 보내기 아쉬워 마지막 촬영이 있던 지난 5일 '닥터스' 촬영 현장을 찾았다.
- 특별출연인데, 특별출연이 아닌 것 같은 분량에 존재감이다.
"그러게 말이다. 여기 카메라 감독님과는 '리멤버'를 같이 했었고, 오충환 연출도 '냄보소'를 같이 했고. 밑에 있는 스태프들도 다 알다 보니까 편하게 촬영을 했다."
- '냄보소' 팀과 굉장히 돈독했나 보다.
"일단 제가 오충환 PD를 좋아한다. 저보다 3살이나 어린데, 잘 찍고 사람 됨됨이가 좋다. 인간적으로 좋아하다 보니까,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이다."
- 그래서 이번 '닥터스' 출연도 흔쾌히 결정을 하게 된 건가.
"사실 '닥터스' 방송이 안 되고 있을 때부터 저에게 '나중에 특별출연 필요하면 해달라'는 말을 했었다. 그래서 저는 '당연히 해야지'라고 얘기를 해놓은 상태였다. 그러고 나서 대본을 받았는데, 처음엔 예전에 연기했던 나쁜 캐릭터로 잠깐 나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애아빠 역할이더라. 역할 구분이 없긴 하지만, 애아빠 역할을 해본적이 한번도 없다 보니 소속사에서는 반대를 좀 했었다. 배우 입장에서도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할 때 좀 연기하는 것이 까다로울 수 있는데, 아이의 아빠가 된 적이 없다 보니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긴 하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니까 감사하다."
- 방송 후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는데 실감은 했나.
"저는 제가 나온 드라마를 볼 때는 '내가 연기를 잘 한건가?',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왜 이랬지'라는 식으로 평가를 하면서 보게 된다. 드라마를 드라마로 못 본다. 열심히는 했는데 잘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행히 주변에서 연락을 해주시면서 좋게 봐주셨다고 해주시니까 '아, 잘했나보다'라고 생각할 따름이다. 그나마 반응을 보고 내 진심이 전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시청자의 입장에서 남바람 에피소드를 굉장히 슬프게 봤다.
"잘한다 잘한다는 말을 들으면 그 다음에도 잘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주변 분들은 제가 항상 연기 생각만 한다는 걸 아니까 '미녀 공심이' 끝나고 일주일 있다가 바로 출연을 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고는 쉴 때는 쉬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하시기도 했다. 또 이 드라마는 13부까지 걸어왔고, 제가 중간에 특별출연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감나게 연기하지 못하면 이분들에게 폐가 될 수 있는 일이다. 제가 예전에 했던 캐릭터라면 그걸 가져와서 연기해도 됐겠지만, 그게 아니라 새로운 것이다 보니 더 신경을 많이 썼다. 요즘 연기를 알아가면 알수록, 또 하면 할수록 되게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 한다. 연기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 긴장을 해야지, 방심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시기였는데, 이와 맞물려 이런 역할을 도전하게 되니까 저로서도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 연기를 오랫동안, 그리고 참 잘 해왔는데 요즘 하면 할수록 힘들다는 생각을 하고 더욱 고민하게 된 이유가 있나.
"캐릭터도 사람마다 가진 특성이 있다. 남바람은 두 아이의 아빠인데, 분명 똑같이 웃는다고 해도 아이의 아빠로 웃는 것과 '공심이'의 단태로 웃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조금씩이라도 그런 느낌의 차이가 디테일하게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긴장하지 않고, 예전에 했던 느낌을 그냥 가져와서 연기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할 때는 그 인물에만 집중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별 생각없이 편안하게 하면 좋은 연기가 나올 수가 없다."
- 그렇다면 남바람이라는 인물에 얼마나 공감을 했나.
"제가 그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100% 공감을 하겠나. 그럴수는 없지만, 대본을 받아서 손에 놓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100%까지 다가가려 노력했다. 특히 마지막 옥상에서 했던 대사 같은 경우에는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느낌이 나오는 장면이라 그 부분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 사실 16부작 미니시리즈를 찍으면 14부 정도에 주인공의 감정 오열신이 나온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간에 들어가서 2회 안에 아빠로서의 감정을 순간적으로 표출을 해야 하니까 더 노력을 해야 했다. 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에서 혼자 슬픈 표정 짓고 눈물 짜낸다고 해서 진심이 전해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 다행스럽게도 촬영 당시 아빠의 마음이 느껴졌는지, 바로 오케이가 났다." (대기실습격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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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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