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이 국가 대항전에 관심을 갖던 시대는 지나갔나 보다. 올림픽 중계 방송 여파로 정규 프로그램 결방에 시청자들이 잔뜩 민감한 분위기다. 올림픽 중계와 같은 대형 국가 대항전은 꼭 보편적인 시청권이 보장되는 지상파에서 중계를 해야 한다는 당위론과 시청자 선택이 다양해진 요즘 시대와 맞지 않다는 무용론이 거세게 맞서고 있다.
SBS가 리우 올림픽 중계 방송 대신 월화드라마 ‘닥터스’ 정상 방송을 택해 시청률에서 웃었다. 여자 핸드볼, 펜싱, 유도 등 올림픽 관심 종목 중계 대신 ‘닥터스’를 정상 방송 한 SBS는 지난 8일 방송된 15회에서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21.3%의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다른 지상파 방송이 정규 프로그램을 결방하며 올림픽에 집중한 후 얻은 시청률 성적표와 대치되는 결과다. KBS 1TV ‘리우올림픽 2016’(7.7%), KBS 2TV ‘리우올림픽 2016’(6.5%), MBC ‘리우올림픽 2016’(5.9%) 등 올림픽 중계 방송 시청률은 신통치 못하다. 프라임 시간대도 한자릿수인데 심야와 새벽 시간대는 처참한 수준이다. 2~3%대에 머물고 있다.
이쯤 되니 올림픽 중계 무용론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과거 전국민이 관심을 갖던 것과 달리 국가 대항전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었고, 더욱이 이번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은 시차가 12시간이나 돼서 시들시들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비싼 중계권을 사들여 인기 있는 정규 프로그램을 결방할 부담감이 지상파 방송으로서는 상당한 것.
국가 대항전은 아니지만 지난 해 MBC의 경우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 중계를 하는 바람에 당시 인기 드라마였던 ‘그녀는 예뻤다’를 결방했다. 후폭풍은 거셌다. 온오프라인으로 항의를 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컸다. 이는 현재 방송 중인 수목드라마 ‘W’ 결방 여부와도 무관하지 않다. MBC는 방송 당일 공지하겠다는 계획. 올림픽 중계 방송으로 인해 오는 10일과 11일 방송이 연달아 결방될 수 있다. 워낙 큰 인기를 누리고 있어 ‘W’ 시청자들의 결방 반대 청원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상태다. MBC로서는 올림픽 중계 방송이냐, 드라마 정상 방영이냐를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
물론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국가 대항전 경기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여전히 많고 보편적 시청 권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지상파 방송이 이 같은 대형 스포츠 중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상파 방송으로서 당연히 방송해야 한다는 당위론과 지상파 방송이 운영하는 스포츠 케이블 채널이 있는데 왜 정규 프로그램을 방송하지 않으면서까지 중계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무용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시청률 하락으로 인한 올림픽 중계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지상파 3사로서는 고민이 아닐 수가 없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