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강우석 감독이 무려 30여 년 만에 사극 영화의 메가폰을 손에 쥐었다. 영화 '실미도'로 우리나라 최초 천만 관객을 끌어모은 감독의 새로운 도전에 영화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강우석 감독은 9일 강남구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제작보고회에서 "그동안 영화를 닥치는 대로 찍었던 것 같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영화도 있었다"며 "영화를 많이 만들어서 지쳤던 것도 있었고, 좀 쉬자는 생각에 독서만 했다. 원작 책을 추천 받아서 읽었는데 이걸 도대체 어떻게 영화로 만드냐면서 책을 덮는데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 이번 영화를 찍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간 강우석 감독이 찍은 영화는 총 열 아홉 편이다. 90년대 '투캅스' 시리즈를 위시한 상업 영화를 비롯해 '공공의 적'(2002), '실미도'(2003), '공공의 적2'(2005), '한반도'(2006) 등 현실에 기반한 드라마 장르의 영화들이 대표작이다. 이들 영화가 모두 남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강우석 감독은 '마초적' 감독이라고도 여겨져 온 연출자. 그 때문에 이번에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라는 인물을 사극이라는 틀 안에 어떻게 그려낼 지, 강 감독의 새로운 도전의 결과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강우석 감독은 이날 "3년 반 만에 (영화를) 들고 나왔다. 너무 오랜만에 해서 쑥스럽기도 하고 관객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스무 번째 영화인데 신인 감독이나 다름이 없다"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역시나 오랜만에 찍는 영화, 그것도 생소한 장르에 손을 대는 것에 대한 의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우리나라 고지도의 완성본으로 평가받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지도꾼 김정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 차승원이 주인공 김정호 역을 맡았다. 시대와 권력에 맞서 필요한 백성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지도를 만들고자 했던 실학자의 삶이 9개월간 백두산부터 마라도까지 총 106,240km의 로케이션 대장정으로 잡아낸 아름다운 풍경 속에 담겼다.
강우석 감독 작품의 특징은 보는 이들의 허를 찌르는 특유의 유머 감각이다. 강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영화를 준비하다보면 관계자들이 늘 코미디가 있으냐고 묻는다. 나는 왜 영화를 찍으면 코미디를 넣어야 하나? 코미디가 안 나오면 망할 것처럼 말하는데, (물론) 코미디가 있다. 그런데 그걸 관객이 안 받아주면 넌센스라도 되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영화에 대해서 무겁다고 걱정을 많이 하는데 유쾌한 영화다. 시사회에서 좋은 느낌이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안심시켰다. 차승원 역시 "내가 여태했던 사극에 비해 해학이 많다. 웃음이 많다. 후반으로 갈수록 이 사람의 고난이 표현되지만 마냥 무겁지만은 않은 해학과 웃음, 그런 것들이 포진돼 있다"고 밝혔다.
한국 영화사 최초 천만 영화를 탄생시켰던 강우석 감독은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통해 다시 한 번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영화의 흥행 성적에 여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기울여지는 이유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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