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는 확실히 충무로를 대표하는 ‘먹방’(먹는 방송)의 대가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그가 먹으면 평범한 김과 크림빵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처럼 느껴지게 한다.
하정우의 먹방의 전설이 시작한 것은 ‘황해’때부터다. 연변에서 빚을 갚기 위해 사람을 죽이러 한국에 온 김구남(하정우 분)은 절박했다. 그리고 그의 절박한 처지가 먹방의 진정성을 높였다. 구남이 도망치면서 김과 감자를 먹고 청부살인 할 상대를 기다리면서 어묵과 컵라면을 먹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장면으로 남았다.
하정우는 먹는 연기에 대한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하정우는 최근 ‘터널’ 관련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시나리오를 딱 보면 먹는 장면이 없나 찾아보기도 했다”며 “‘군도’ 때는 윤종빈 감독이 잔칫상을 거하게 차려놓고 먹고 싶은 걸 고르라고 한 적도 있다. 그래서 대파를 과일처럼 먹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먹는 것에서 벗어났다. 저의 먹는 연기는 건빵을 사면 들어있는 별사탕 같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터널’에서도 하정우의 ‘먹방’은 계속된다. 다른 배우라면 평범했을 장면도 하정우가 하기에 특별하다. 터널 속에 갇힌 평범한 자동차 세일즈맨 정수를 연기하는 하정우는 정말 맛있게 물을 먹는 장면과 케이크를 먹는 장면 그리고 개 사료를 먹는 장면 등으로 먹방의 전설을 이어간다.
그동안 하정우가 직접 밝힌 먹방의 비결은 특별한 것이 없다. 음식을 가짜로 먹는 것이 아니라 진짜 먹는 것이다. ‘터널’에서도 실제 개 사료를 70~80알 정도 먹었다. 이런 하정우의 먹방을 빛내는 것은 연출적인 상황과 연기력이다.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김형배(하정우 분)는 중국요리 집에서 탕수육을 먹고 고량주로 입을 헹구는 모습이나 구치소에 갇혀서 크림빵을 세로로 먹는 장면 등을 보여준다. 누가봐도 배고플 만한 상황에서 맛있게 음식을 먹는 하정우의 모습은 연기와 연출이 딱 맞아 떨어지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하정우가 먹는 연기가 유독 빛이 나는 것이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도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물을 마시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아가씨’에서 복숭아를 베어 무는 장면도 히데코(김민희 분)에게 정물화에 관해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먹는 모습을 연출했다.
하정우는 배우로서 몇 년간 일정이 가득 차 있을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어떤 장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해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의 다른 연기가 볼품없었다면 먹는 연기가 주목받을 수 있었을까. 그렇기에 믿고 보는 배우인 하정우의 다음 먹방도 기대된다./pps2014@osen.co.kr
[사진] OSEN DB. 영화 '황해' 스틸,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