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덕혜옹주'(허진호 감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배우와 배역의 싱크로율이 높은 점이다. 덕혜옹주의 남편 소 다케유키와 그를 연기한 배우 김재욱, 영친왕과 그를 연기한 박수영, 그리고 영화 속 깜짝 등장하는 이우 왕자와 배우 고수의 외모는 실제로 너무나 닮아있어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오윤아 씨가 그랬나, 엄지원 씨가 그랬나. 고수가 지금까지 작품들 중 가장 멋있게 나왔다는 얘기도 하더라고요.(웃음) 다들 설렐 정도로 좋았대요. 고수 씨는 3회 차 촬영을 나왔어요. 다른 영화를 찍고 있었고, 그래서 바쁘고 잠시 나오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나와줬어요. 실제 이우 왕자랑 너무 닮았죠. 김재욱 씨는 워낙 어렸을 때 일본에서 자랐고 그래서 일본어를 완벽하게 해요. 또 느낌이 약간 문학적인 느낌이 있어요. 소설을 쓸 것 같은 느낌? 다케유키가 실제로 영문학자였고 시도 많이 썼어요. 그래서 그런 느낌으로 좋았어요. 노역 신도 잘해줬죠."
주인공 손예진과 허진호 감독의 인연은 2004년 영화 '외출' 때 시작됐다. 약 11년이 넘어 '덕혜옹주'로 손예진을 다시 만난 허진호 감독은 그 때 그 시절 어리고 예뻤던 배우가 충무로가 자랑하는 원톱 여배우로 성장한 것을 실감했다고 했다.
"책임감이 있다고 느껴졌어요. 스태프와의 관계나 촬영장에서의 행동이 남달랐죠. '나는 여배우로 왔다'는 느낌이 아니라 나는 이 현장을 끌고가는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있더라고요. '외출' 때는 어릴 때고 하니 위축되고 그런 것도 있었는데 이젠 그런 부분이 많이 달라졌어요."
손예진의 연기는 대단했다. 앞서 허 감독은 기자간담회나 인터뷰 등에서 손예진의 연기에 대해 농담삼아 "접신"이라는 단어를 쓰며 칭찬을 한 적이 있었는데, 역시 이번에도 그 칭찬은 달라지지 않았다.
"몇몇 장면을 찍을 때 해서 어떤 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지금 그 사람이 됐다는 느낌이 든 적이 있어요. 몇 번 있었어요. 관찰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것들을 구분을 하면서 보게 되죠. 어느 순간, 이건 자기가 연기를 하면서 어떤 연기를 하는지 모를 수 있을 정도로 몰입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략) 극 중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예진 씨가) 유독 몰입을 잘 못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감정이 왔고 오열을 하는데 울음을 멈추지 못해요. 그래서 이 삼십 분 울었어요. '컷을 어떻게 해야하지 이거?' 난감했죠."
인터뷰③에 계속 /eujenej@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