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세계를 살아 가던 여자가 돌연 만화에서 튀어 나와 자신을 붙잡는 손에 이끌려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곳에서 만난 남자는 만화 안 세상을 탈출해 여자의 아버지를 총으로 쏜다. 자신의 인생을 망치고 죽음으로 몰고 가려 했다는 이유다. 그런데 어느새 여자와 남자는 사랑에 빠졌고, 달달한 한때를 보낸다. 한참을 행복에 젖어 있는 이들에게 누군가의 위협적 목소리가 들려 온다. ‘머리에 총 구멍을 내 주겠다’는 끔찍한 살인 예고였다.
지난 10일까지 방송된 MBC ‘W’의 내용이다. 애초 판타지라는 설정값을 전제로 한 드라마인 덕에 캐릭터 운신의 폭이 매우 넓고, 상황은 시공간을 넘어 전개된다. 게다가 ‘W’는 어떤 장르적 전형성에도 기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다음 이야기를 예측할 수는 있지만, 그 정답률은 매우 낮은 까닭이다.
이날 알콜중독자에 무능력자인 오성무(김의성 분)를 국내 최고의 만화가로 등극시킨 웹툰 ‘W’의 원안을 낸 것이 오연주(한효주 분)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때 시청자들은 그간 공개된 어린 오연주의 과거 회상들을 떠올리게 된다. 매일 같이 다투는 부모님 사이에서 눈물을 흘리며 그린 그림들, 동경하는 사격 선수를 모티프로 만든 캐릭터, 자신이 좋아하는 특성들을 담아 내내 끄적이던 공책 속 한 인물까지. 복습을 통해 그것이 강철의 전신임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에는 막연한 추측만 있었을 뿐이다.
웹툰 속 세계에서 강철이 오연주의 신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혼인신고를 감행하는 대목에서도 미리 깔아 두었던 복선이 튀어 오른다. 지난 방송에서 오연주는 맥락 있는 엔딩을 위해 한강 물에 뛰어든 강철의 익사체를 찾아 헤맸는데, 그는 연락을 받고 달려가 확인한 시신의 손에 반지가 끼워져 있다는 이유 만으로 강철이 아닐 것이라 판단했었다. 그런데 혼인신고를 마치고 오연주와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강철에 손에는 반지가 끼워져 있다. 이는 곧 시공간의 뒤틀림이 본격적으로 미칠 파급력의 예고이기도 하다.
실제로 차원이 어그러지며 바뀐 맥락 때문에 본디 웹툰 여주인공이던 윤소희(정유진 분)는 하릴 없이 존재의 이유를 잃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이 세계에서 사라져야 하는 운명을 맞게 됐다. 초반에는 강철, 오연주와 더불어 삼각관계를 이룰 것이라 생각됐던 인물의 안타까운 최후다.
이처럼 ‘W’에서는 복선과 반전이 맥락이다. 그래서 복습 할수록 더 새롭고 풍부해지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매번 예측은 빗나가지만, 그 행위 자체로도 시청자들을 열광케 하는 드라마임도 분명하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W’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