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제작 드라마인 KBS 2TV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고 있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청률 1위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2주 늦게 시작한 MBC ‘W’에 밀려 동시간대 2위를 기록 중이다. 두자릿수였던 ‘함부로 애틋하게’는 현재 한자릿수로 내려온 상태.
시청률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대한 평이 엇갈리고 있다. ‘상두야 학교가자’,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를 집필한 이경희 작가의 신파 멜로 드라마에 대한 호불호가 있는 것. ‘함부로 애틋하게’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톱스타와 그 톱스타가 어린 시절 큰 상처를 주고 부모대의 악연이 있는 다큐 PD의 사랑을 담는다. 김우빈, 수지라는 현재 최고의 청춘 스타가 멜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안타깝고 절절한 사랑이 주된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이미 촬영을 다 마친 사전 제작 드라마다. 중국과 동시에 공개되고 있다. 보통 촬영이 촉박하게 진행돼서 쪽대본이 오고가는 일명 ‘생방송 드라마’에 비해 여유로운 촬영 환경 속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다. 올해는 유독 사전 제작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찾는 일이 많다.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중국 내 큰 성공 이후 중국과 동시 방영을 위한 사전 제작이 많이 이뤄진 것. 중국은 드라마 방영에 있어서 사전 심의 통과가 필수다. 올해 초 인기를 누린 KBS 2TV ‘태양의 후예’가 성공한 이후 사전 제작 드라마 만능론이 대두됐던 상황. 허나 ‘함부로 애틋하게’가 다소 삐걱거리는 행보를 보이면서 사전 제작 드라마의 폐해도 지적되고 있는 분위기다. 올해 방영을 앞두고 있는 사전 제작 드라마는 아직 많다. 12일 방송되는 tvN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를 필두로 SBS 새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8월 29일 첫 방송), SBS ‘사임당, 빛의 일기’(10월 방영 예정), KBS 2TV ‘화랑: 더 비기닝’(12월 방영 예정) 등이 방송을 앞두고 있다.
# 시청자와 소통 불가능한 사전 제작 드라마, 괜찮을까?(표재민 기자)
‘함부로 애틋하게’는 초반부터 시한부 설정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감이 있었다. 다소 갑갑하고 시대와 맞지 않다는 것. 두 남녀의 애틋하고 슬픈 사랑을 감정적으로 지켜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이경희 작가 특유의 남녀 주인공을 극한의 한계로 몰아넣는 전개가 진부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일부 배우들의 아쉬운 연기까지 맞물리며 이미 촬영을 마친 ‘함부로 애틋하게’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다. 예상대로 새로운 경쟁 드라마인 ‘W’가 방송을 시작한 이후 시청률과 화제성이 급격하게 줄었다.
급하게 촬영을 하는 대부분의 드라마의 경우 제작진과 배우들의 체력 소모가 심하고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폐해가 있다. 허나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게 된 우리 드라마의 원동력을 이 같은 ‘생방송 드라마’에서 찾는 이들도 많다. 방송 중 시청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이야기를 고치는 과정에서 재미를 높인다는 것. 물론 시청자 입맛에 맞게 이야기와 인물들을 고쳐서 드라마가 산으로 가는 일도 많지만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제작 과정이 흥미로운 한류 드라마를 만드는 비결이었다는 분석도 어느 정도의 설득력이 있다.
‘태양의 후예’가 시청률 30%를 넘기고 한국과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지만 완성도 높은 드라마는 아니었다는 것도 사전 제작 드라마 만능론에 제동을 거는 이유다. 여유로운 분위기 속 촬영을 이어가도 기존 생방송 드라마와 질적인 면에서 큰 차이를 못 찾겠다는 의견, 연기와 연출, 이야기에서 미흡한 부분이 방송 중에 드러나도 빼도 박도 못해서 드라마 실패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위험성이 ‘함부로 애틋하게’의 불안한 발걸음에서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 '함틋', 사전제작이 문제? 안일함이 자충수(정소영 기자)
사실 이러한 부진이 더욱 부각되는 것은 '함부로 애틋하게'가 사전제작 드라마이기 때문일 터다. 사전제작이기 때문에 전개나 영상미, 배우들의 연기 측면에서 더욱 높은 완성도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분명 있었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을 사전제작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사전제작 드라마는 일명 '쪽대본'과 '생방송 촬영'이라는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을 해결할 대책으로 스태프에게는 양질의 영상 결과물을, 배우들에게는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올해를 기점으로 방송사들 역시 점차 사전제작 드라마의 비율을 늘리기 시작해서 KBS가 '태양의 후예'의 성공을 통해 바람직한 예를 쓸 수 있었다.
분명히 이 뒤를 이은 주자 '함부로 애틋하게'는 사전제작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기대 이하의 결과를 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을 실망시켰다. 사전제작을 하는 이유이자 가장 큰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 이는 사전제작 시스템이 아닌 방영 전 배우나 작가에 대한 관심과 기대에 기댔던 '함부로 애틋하게' 측의 안일함이 문제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함부로 애틋하게'는 11회를 기점으로 2막을 연 상태. 과연 남은 이야기를 통해서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osenstar@osen.co.kr
[사진] KBS,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