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강호동은 강호동이었다. JTBC ‘아는 형님’에서 강호동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강호동이 아니었다. 동생들에게 놀림당하고 자신을 내려놓기도 하고 때론 동생들을 이끌면서 형님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아는 형님’의 최창수 PD에 따르면 무엇보다 강호동은 ‘아는 형님’이 시청률 1%대를 기록하며 부진을 겪고 있을 때 중심을 잡아줬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맏형으로서 동생들을 다독이면서 ‘아는 형님’을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강호동은 “강호동보다 유재석이 좋다”, “‘스타킹’에서는 무섭다”라고 말하는 동생들의 얘기도 다 받아주고 민경훈이 ‘깐족’대도 이를 재미로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옛날 사람’ 캐릭터로 2016년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증명하고 있다.
- 프로그램이 힘들 때 강호동이 어떤 역할을 해줬는지?
▲ 강호동이 중심을 잡아줬다. 제작진을 믿고 가겠다고 했고 멤버들한테 제작진을 믿으라고 했다. 제작진이 시키는 대로 잘만 하면, 그리고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하면 된다고 했다. 포맷 변경하면 힘들 텐데 군말 없이 실험에 동참해줬다. 중심을 잘 잡아주니까 멤버들이 잘 따라와 줬다.
강호동을 중심으로 다들 희망을 놓지 않았다. 물론 다들 여러 예능을 하고 있고 각자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있는데 ‘아는 형님’은 패밀리 예능이라 더 의지하는 게 있는 것 같다.
- 형님들과 제작진의 호흡은 어떤지?
▲ 제작진이 출연진을 신뢰한다. 작가가 7명인데 두루두루 다 친하다. 모든 예능 프로그램이 그렇겠지만 작가들이 형님들 케어를 잘한다. 작가들, PD들과 형님들이 회식도 자주 한다. 김영철, 서장훈은 촬영 날이 아닌 평일에 시간 내서 12~13명 되는 작가들과 PD들에게 밥도 사고 그런다. 얼마 전에는 강호동이 형님들을 다 모아서 회식했다. 방송 외적으로도 스킨십이 있다.
매주 목요일이 녹화 날인데 목요일에 녹화한 걸 그다음 주 토요일에 내보내야 하니까 쉽지 않다. PD들이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쉴까 말까 한다.
- 김희철이 ‘아는 형님’ 통해서 진짜 자신의 캐릭터를 잡고 예능인으로 거듭났는데?
▲ 새로운 모습이 아니다. ‘똘끼’ 충만한 걸 유쾌하게 받아주는 게 형님들이다. 그것도 운인 것 같다. 계산했다기보다는 잘 맞아 떨어진 거다. 김희철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억지로 ‘돌아이’ 콘셉트는 잡는 순간 재미가 없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다.
- 민경훈은 예능감에 물이 오르고 있는데?
▲ 독특한 스타일이다. 예능감에 물이 올랐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억지로 할 사람이 아니다.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독특한 모습이 나오는 거지 콘셉트를 잡은 게 아니다. 민경훈은 예능감을 펼친다고 생각 안 할 거다. 그 자체로 재미있는 거다. 다른 예능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와도 음악 예능 외에는 잘 안 나가는 거로 알고 있는데 아무래도 민경훈의 부담일 수 있겠다.
‘아는 형님’ 속 민경훈의 모습을 기대하고 섭외한다면 오판이다. ‘아는 형님’에서 형님들과 힘든 시기를 겪고 마음을 열고 나서 독특한 모습이 나온 건데 다른 예능에 한 회 게스트로 출연한다고 해도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 듯하다. ‘아는 형님’에서 강호동과의 관계가 있어서 닭싸움해도 웃긴 거다. 형님들과의 오랜 관계에서 나오는 모습이다.
- ‘아는 형님’ 녹화하는 걸 보면 편집되는 게 정말 많은데 1시간 30분 안에 못 담는 게 아까울 것 같다.
▲ 아까울 때도 있는데 그래도 ‘아는 형님’이 미공개 영상을 많이 푸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트와이스 편 때도 인사이드 비화 13분 정도의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고 씨스타 편에서 멀리 뛰기도 방송 시간 때문에 본방송에 넣지 못해 인터넷에 풀었다. 공개 안 하기에도, 완전히 삭제하기도 아까운 거라 공개하는 거다. PD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다.
- ‘아는 형님’은 매주 예고를 두 가지 버전으로 공개하는데 그 이유는?
▲ 초창기에는 예고 하나만 만들었다. 하지만 화제성에 대해 항상 고민했고 어떻게든 화제성을 높이려고 예고 영상을 2개 만들기 시작했다. 방송 초반에는 토요일 방송 전에 기사가 안 나와서 포털사이트에 조금이라도 화제를 만들려고 선공개도 했다.
프로그램이 화제가 안 됐던 시절에 어떻게든 알리려고, 시청자들에게 다가가 보려고 출연자들도 상당히 노력했다.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아는 형님’을 홍보하고 사생활 속에서도 지인들에게 홍보하고 민경훈은 대학교 축제 가서 홍보했다. 김희철과 김영철은 인스타그램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녹화 대기실에서 페이스북 라이브도 하고 어떻게든 알리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런데도 힘들더라. 그렇게 알려도 화제를 얻고 시청률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지금은 어느 정도 화제성이나 시청률이 올랐지만 말 그대로 무명시기가 길었기 때문에 ‘대중의 관심을 얻는 게 쉬운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방송사마다 킬러콘텐츠가 있는데 대단한 것 같다. 그렇게 되기가 확률도 낮고 대중의 관심을 얻는 게 어렵다는 걸 PD 생활하면서 뼈 저리게 느꼈다. /kangsj@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