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장고 끝에 ‘W’ 8화 결방을 확정했다. 지난 7화 역시 올림픽 중계와 시간대가 맞물리며 끝의 끝까지 편성 고민이 이어졌지만 MBC 측은 ‘W’의 손을 들어 줬다.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국가적 관심이 집중된 종목들이 ‘W’와 같은 시간대에 중계를 앞두고 있다. 결국 방송국은 올림픽을 택했고 드라마 팬들의 원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한 화 방송이 미뤄졌다는 것은 ‘W’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졌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 아쉬움을 뒤로 하고, 향후 ‘W’의 전개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 그간의 내용들을 철저히 복습해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7화 말미 재등장해 행복했던 강철(이종석 분)과 오연주(한효주 분)의 일상을 깨겠다고 예고했던 의문의 목소리를 떠올려 보자. 현실 세계에서 자신을 창조한 오성무(김의성 분)와 맞닥뜨린 강철이 제일 궁금했을 것도 그의 존재일 터다. 복면남은 강철의 가족들을 전부 죽이고 난 후 돌연 자취를 감췄다. 강철은 그를 잡기 위해 방송국을 사 들이기까지 했지만, 그는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나마 강철이 현실 세계로 통하는 창 앞에 섰을 때 그의 뒤에서 이를 의미심장하게 지켜 보고 있다거나, 한강 다리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들이 목격된 바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복면남의 정체에 대한 의견이 가장 분분하다. 피조물에게 자유 의지가 생긴 것을 두려워 한 오성무라는 설부터 아예 제3의 인물이 아니냐는 추측이 등장했다. 심지어는 강철의 또 다른 자아라는 말까지 등장했는데, 현재 가장 그럴싸하게 들린다.
명사수이고, 강철과 체격이 비슷하다는 점 만으로 복면남을 강철의 다른 모습이라고 짐작하는 것은 섣부르다. 그러나 웹툰 속 복면남의 설정값을 다시금 되새겨 보면 석연찮은 구석이 보인다. '강철의 가족을 몰살한 살인범'이라는 복면남의 설정값은 곧 강철에게 가족이 없다면 존재의 의의를 잃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 복면남의 정체를 추궁하던 강철에게 했던 오성무의 말까지 떠올려 보면 상황은 더욱 오싹해진다. 당시 오성무는 복면남의 실체를 부정하는 듯 말을 얼버무렸다. 때문에 강철은 복수 대상을 잃어버렸고, 웹툰은 그대로 끝을 맺어야 말이 된다.
그러나 강철은 오연주와 웹툰 속에서 부부가 됐고, 그에게 가족이 생기자마자 복면남의 목소리가 등장했다. 스스로 명사수임을 강조하며 강철에게 자신을 찾아 달라는 듯이 말하는 복면남은 자유 의지의 발현 이후 살아 남은 강철의 모습과도 유사해 보인다. 결국 이 드라마와 웹툰 제목은 'double you', 강철과 복면남이 동일 인물이었다는 숨은 의미를 품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강철의 원안을 만든 것이 오연주임은 이미 밝혀졌다. 맨 먼저 오연주가 강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아주 어릴 적이었다. 이 때의 그림 속 강철 눈 밑에는 점이 있었는데, 중학교 때 구체적 설정값과 함께 그린 강철에게는 점이 없다. 현재 눈 밑에 점이 있는 강철과 똑같은 모습이지만 점이 없는 인물, 즉 강철의 또 다른 자아가 복면남일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이다.
이처럼 향후 전개에 결정적 역할을 할 복면남의 정체를 맥락 있게 추적해 나가는 과정 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결방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지금부터 'W' 속 미심쩍었던 부분들을 복습해 보는 것은 어떨까. /bestsurplus@osen.co.kr
[사진] 'W'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