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멤버들의 배우 겸업이 더는 어색하게 여겨지거나 눈총 받지 않는 시대가 왔다. 애프터스쿨, 소녀시대, 걸스데이 등을 필두로 수많은 걸그룹이 '연기돌'들을 배출했다. 개중에는 준비되지 않은 연기력으로 대중의 뭇매를 맞은 이도 있었지만, 본업보다 연기 쪽에 적성을 드러낸 이도 적지 않았다. 그 중 애프터스쿨은 유이를 시작으로 나나까지 배우의 끼를 발산하며 호평받고 있다.
유이는 지난 2009년 MBC '선덕여왕'의 고현정 아역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꿀벅지'라는 별명을 통해 전국적 인기를 얻던 유이의 사극 도전에 모두가 반신반의했지만, 고현정과의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배우로서의 첫 테이프를 무사히 끊었다. 이후 예능과 드라마를 종횡무진하며 활약한 유이는 올 초 방영된 MBC '결혼계약'을 통해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나나는 2016년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혔던 tvN '굿와이프'로 안방극장을 찾았다. 처음에는 예비 시청자는 물론 함께 드라마에 출연한 전도연마저 그의 캐스팅에 놀랐지만, 나나는 모든 이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빼어난 연기력과 감정 표현을 해 냈다. 현재는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인 '도깨비' 출연 물망에 올라 있다.
그렇다면 애프터스쿨 멤버 출신 중 유이와 나나를 이을 만큼 호평받는 배우는 과연 나올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잠재력은 매우 충만한 상태다. 졸업한 유소영과 이주연을 비롯해 지난 2011년 MBC 시트콤 '몽땅 내 사랑'에 카메오 순덕 역으로 등장했다가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로 고정 출연을 확정지었던 리지, KBS 2TV '드림하이2'에 댄스 선생님으로 나왔던 가희까지 연기 경험을 보유한 멤버들이 존재한다. 출연작에서 분량 대비 만만찮은 존재감을 뽐내 온 터라 배우로서의 행보 역시 기대되는 이들이다.
애프터스쿨 현 멤버 중 한 번도 연기를 해 본 적 없는 멤버는 레이나, 이영, 가은이다. 이들이 그 동안 무대 안팎에서 보여 준 모습으로만 미루어 본다면, 또 다른 '연기돌' 탄생의 가능성은 활짝 열려 있다.
무대 위를 주름잡던 애프터스쿨 멤버 출신 연기자들의 화려한 변신은 걸그룹 멤버들의 모범적 활로를 보어 주고 있다. 좋은 작품, 좋은 캐릭터와 이들의 끼가 만나 유이, 나나를 잇는 배우를 만나 볼 수 있을 날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bestsurplu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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