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덕혜옹주'(허진호 감독) 속, 사라진 덕혜옹주를 찾기 위해 일본을 방문한 김장한(박해일 분)은 덕혜옹주가 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곳을 방문한다. 진짜 덕혜옹주와의 만남을 앞둔 긴장된 순간, 김장한을 안내하는 간호사의 얼굴이 낯익다. 일본인 방송인 아키바 리에다.
2000년대 중반 큰 인기를 끌었던 KBS 2TV 예능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서 예쁜 미모로 주목을 받았던 그는 '미녀들의 수다'가 끝난 후 한국에서 방송인으로 커리어를 쌓아왔고 도중에 일본에서 학업을 마친 후 발리에 가서 요가를 전문적으로 배워 책을 내기도 했다. 올해로 한국 활동 9년차를 맞이하는 아키바 리에가 OSEN과의 인터뷰에서 '덕혜옹주'와 근황에 관해 이야기했다. VIP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봤다는 그는 역시나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사실 시나리오를 봐서 내용은 알고 있었는데, 보면서 눈물이 많이 났어요. 실재 인물이기도 하고, 옹주의 인생이 많은 사람한테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깊이 들었습니다."
아키바 리에가 '덕혜옹주'에 출연하게 된 것은 사나리오 작가와의 인연 덕분이었다. '덕혜옹주'의 제작 당시 허진호 감독은 극 중 이방자 여사를 비롯한 일본인 연기를 해 줄 일본인 배우들을 필요로 하고 있었고, 마침 시나리오 작가가 자신의 지인인 아키바 리에를 간호사 역에 추천했다. 일본인으로서 일제강점기를 그리는 작품에 출연하는 부담은 없었을까? 아키바 리에는 "그런 건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내년이 되면 한국에 산 지 10년이되는데..한국도 일본도 사랑하는 사람의 한 명으로서 이 역사가 더 많은 사람이 알고 이해하는 그런 내용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인뿐 아니라 일본인 관객들도 '덕혜옹주'를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제가 '덕혜옹주'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덕혜옹주'에 출연하기 전, 아키바 리에는 미리 옹주에 대해 알아봤다고 했다. 그가 주목했던 것은 덕혜옹주의 일본인 남편이었던 소 다케유키. 최근 조선통신사 재현 축제에 진행자로 참가하게 된 아키바리에는 축제가 열린 대마도에서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 소 다케유키 집과 덕혜옹주의 결혼 비석 등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영화 출연으로 인해 덕헤옹주의 결혼 생활에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출연 전에 덕혜옹주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소 다케유키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봤어요. 이번에 대마도에 가서 지역 사람들한테 이야기를 듣다 보니 좋았어요. 소 다케유키가 덕혜옹주를 위해서 시를 많이 보냈다는 얘기도 듣고요."
아주 짧은 장면이지만 박해일, 손예진 등 국내 톱 배우들과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아키바 리에는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신이 짧아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사실 진짜 선배님들이 연기 잘하는 걸로 유명한 배우들이고 그러다 보니 아쉬웠어요. 너무 짧게 촬영해서. 그런 분들과 촬영하는 게 행복한 건데, 아 이제 좀 알겠다 싶을 때 바로 크랭크업이 돼버리니까.(웃음) 다음에 또 좋은 작품 있으면 길게 호흡을 맞추면 좋겠어요."
②에 계속 /eujenej@osen.co.kr
[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