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애틋하게' 김우빈은 길고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그가 준비하고 있는 마지막이 참으로 애처롭다.
김우빈은 KBS 2TV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극본 이경희, 연출 박현석)에서 까칠한 톱스타이자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신준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신준영과 노을(수지 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두 사람은 자신들을 둘러싼 인물들과의 악연으로 매일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알고 보면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인 것. 여기에 출생의 비밀까지 더해져 조금 더 복잡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데, 지난 11회와 12회 방송에서는 노을을 사랑하는 두 남자 신준영과 최지태(임주환 분)의 조금은 다른 사랑법과 복수가 담겨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케 만들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늘 당하기만 하는 노을을 위해 두 남자가 드디어 반격에 나서게 된 것. 그러면서 4각 관계가 더욱 심화됐는데, 이는 곧 '함부로 애틋하게'를 더욱 애틋하고 재미있게 만드는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건 3개월이라는 시간을 노을을 위해 쓰겠다 마음 먹은 신준영의 가슴 절절한 사랑법이다. 이경희 작가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죽일 놈의 사랑',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등 깊이감 있는 정통 멜로 드라마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로, 주인공들의 절절한 사랑은 이 드라마의 핵심이었다. '함부로 애틋하게'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신준영은 지난 12회 방송 오프닝에서 달라진 자신의 꿈을 언급했다. 모친인 신영옥(진경 분)이 좋아하는 '님과 함께' 가사처럼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나의 님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이었고,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이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그는 생각을 바꿨다. 남은 인생을 걸고 해야 하는 일은 노을과 그림 같은 집에서 행복할 일이 아니라 자신이 노을에게서 빼앗은 진실과 정의를 돌려주고 가는 일이라고 마음 먹은 것. 그래서 그는 노을을 만나는 일 대신, 과거 뺑소니 사건의 검사(류승수 분)를 찾아가 진범이 누구인지를 전해들은 뒤 정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복수의 서막이 밝은 것.
그간 '함부로 애틋하게'는 고구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답답한 멜로를 보여줬다. 신준영과 노을은 장애물에 가로막혀 만나지도 못하고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두 사람의 달달한 로맨스를 보고 싶었던 시청자들에겐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 하지만 다시 노을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신준영의 모습은 속시원한 전개를 기대케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내가 떠난 뒤 을이가 살아갈 세상은 길고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반드시 올 맑고 따뜻한 봄날이길 바라며"라는 김우빈의 내레이션이 남긴 여운이 큰 건 두 사람이 삭막한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길 바라는 시청자들의 바람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parkjy@osen.co.kr
[사진] '함부로 애틋하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