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야, 감독들은 너를 사랑한다!” 제천 달군 말말말 [2016 디렉터스 컷③]
OSEN 정준화 기자
발행 2016.08.13 07: 54

 한국의 내로라하는 영화감독들이 모두 모인 자리.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과 업계의 인정을 받는 배우들이 함께했다. 스케일은 작았지만, 영화판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는 이들이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현장은 날씨만큼이나 뜨거웠다.
‘디렉터스 컷’은 충북 제천시에서 개막하는 ‘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와 함께 개최되는 시상식. 현역으로 활동하는 영화감독들이 직접 수상자를 선정·시상하는 시상식으로 더욱 의미가 깊다.
현장의 분위기가 따뜻했던 만큼 지난 12일 진행된 이 시상식에서는 재미있는 멘트들이 줄을 이었다. 재치있는 소감은 웃음을 빵 터뜨리기도 했고, 영화를 향한 열정이 묻어나는 이야기들은 뭉클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현장을 웃기고 울렸던 ‘말’들을 정리했다.
# “민희야, 감독들은 너를 사랑한다!”
이 시상식의 가장 아쉬움으로 남았던 것은 배우 김민희의 불참이었다. 영화 ‘아가씨’에서 열연을 펼친 그는 감독들의 인정을 받아 여자연기자상에 이름을 올렸지만, 끝내 불참하고 말았다.
감독들은 그의 사정을 알고, 논란이 적잖게 불거졌음에도 소신 있게 김민희의 연기를 인정하고 그의 매력을 칭찬했다. 외부의 눈치, 대중의 분위기에서 독립된 ‘진짜 감독들이 인정하는 상’이라는 의미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김민희의 이름이 여자연기자상에서 불렸지만,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시상자 이현승 감독은 “감독들은 너를 사랑한단다”며 애정과 지지를 표명했고, 대리수상한 임승용 대표는 “민희 양도 너무 좋은 연기 태리 양도 너무 좋은 연기 보여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는 “꼭 (상을)전달해서 감독님들이 민희 양을 지지해준다는 것을 알려주겠다”고 덧붙이며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 “어떤 시상식의 상보다 값진 상”
이병헌의 수상소감에서 이 시상식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 이날 남자연기자상을 받은 이병헌은 “많은 시상식들이 있다. 크고 화려한 시상식에 비해 이 시상식은 소박하고 작다. 그럼에도 이 상을 받는 기쁨은 가장 크다. 함께 호흡하고 가장 가까이 있는 감독님들이 직접 뽑은 상이기에 가치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고, 이병헌은 수상 이후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새벽까지 영화인들과 함께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 “모든 것은 우연. 그 속에서 만났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현장의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 것은 다름 아닌 신인 배우 김태리의 수상소감이었다. 그는 이날 여자신인연기자상을 받고는 떨리는 소감을 전했다. 듣기가 불안할 정도로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영화를 향한 애정, 자신의 신념과 당찬 각오까지 묻어났다.
김태리는 ”상이 굉장히 묵직하다. 준비를 나름 한다고 하긴 했는데 너무 떨린다. 이렇게 크고 좋은 상 주셔서 감사드린다. 작품 한 편이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이벤트를 저에게 선물해준다. 영화 ‘아가씨’를 만든 모든 스태프분들 감독님 선배님들 전부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태어났으면 죽는다는 것 외에는 필연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연극을 시작한 것도 아가씨에 출연한 것도 이 자리에 선 것도 우연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운과 우연들 속에서 만났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 이 상 보면서 지금의 마음가짐을 기억하도록 하겠다. 좋은 배우가 가져야하는 미덕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는 배우가 되겠다 감사하다”고 덧붙여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 “최동훈 감독 전화, 보이스 피싱인 줄”
배우 박정민의 수상 소감은 웃음을 빵 터뜨렸다. 최동훈 감독의 전화를 받고는 보이스피싱으로 오해했다는 에피소드가 재미있다.
박정민은 “얼마 전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본인이 최동훈 감독이라고 하셔서 나에게도 보이스피싱이 오는구나 생각을 했다. 그런데 디렉터스컷 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감독님이 직접 전화를 주신 거였다. 정말 기뻐서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살면서 이 무대에 설 수 있을까 기대하고 고대했던 자린데 불러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 “죽을 각오로 더 열심히 영화 만들겠다”
나홍진 감독은 섬뜩한 한 마디를 남겼다. 이날 대상격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나홍진 감독은 후배 감독은 물론 선배들까지 바짝 긴장시키는 한 마디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는 상을 받은 뒤 “이 상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후배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또 받기 위해서 죽을 각오로 더 열심히 영화 만들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나홍진 감독은 워낙 치열하게 영화를 찍는 감독으로 유명하기에 이 같은 발언은 듣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케 만든 바다. /joonaman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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