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 이토록 짧지만 명확하고 통쾌한 한방이 있었던가. 달라진 전도연이유지태에게 날린 이 한마디가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전도연은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극본 한상운, 연출 이정효)에서 남편인 검사 이태준(유지태 분)의 부정부패로 인해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15년만에 변호사로 복귀한 김혜경을 연기하고 있다. 어떻게든 로펌에 남기 위해 조금씩 달라져 가는 모습과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르겠다 싶은 남편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 등 전도연은 극 속에서 그 누구보다 많은 감정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11년만 안방 복귀이기에 더 컸을 부담감을 모두 떨쳐내고 김혜경이라는 인물에 완벽히 몰입하고 있는 전도연은 왜 믿고 보는 배우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매회 입증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도연이 보여주는 법정신은 그 자체만으로도 눈을 뗄 수 없는 재미를 전하는데, 지난 12일 방송된 11회에서는 제약회사를 상대로 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서명희(김서형 분)와 공동변호를 맡아 꼭 이기겠다는 열의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믿었던 이들에게 받은 상처로 갈등하고 고뇌하는 김혜경의 불안정한 내면을 섬세하게 연기해내 극적 몰입도를 더욱 높였다. 김단(나나 분)이 남편 이태준의 내연녀 김지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김혜경은 단호히 마음 먹고 그를 집에서 내쫓았다. 그리고 가장 믿고 의지했던 김단을 싸늘히 대하며 분노와 배신감으로 뒤엉킨 복잡다단한 감정을 눈빛과 표정 속에 가득 담아냈다.
또 자신을 찾아와 거듭 변명하며 매달리는 이태준에게는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응수했다. 그 중에서도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을 무시하는 이태준에게 내던진 "꺼져"는 '굿와이프' 전체를 압도하는 '사이다' 명대사로 손꼽힌다. 짧은 한 마디에 담긴 김혜경의 분노는 브라운관을 넘어 시청자들의 가슴을 움켜쥘 정도로 강렬했다.
그러면서도 전도연은 불안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엄마의 안타까운 감정까지 섬세하게 연기해냈다.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미안해. 너희들 웃는 모습 보고 싶었는데"라고 하며 눈물을 흘리는 김혜경의 모습은 전도연이라 더욱 안타까웠고, 그래서 더 응원해주고 싶은 연민을 느끼게 했다.
15년만에 드디어 자신이 더 소중하다고 말할 줄 아는 강단을 가지며 성장하고 변화하기 시작한 김혜경이 앞으로 전도연을 통해 또 얼마나 매력적인 여성으로 변모할지 기대가 더해지는 순간이다. /parkjy@osen.co.kr
[사진] tvN 제공, '굿와이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