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이 다시한 번 천만영화의 풍속도를 바꿨다.
13일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부산행'은 개봉 23일 째인 이날 오전 9시 기준, 누적 관객수 1056만 1597명을 기록했다.
이로써 '부산행'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겨울왕국', '인터스텔라'를 모두 제치고 역대 15위에 오르며 1,100만 관객 돌파 기록을 눈 앞에 두게 됐다.
2016년 첫 천만 영화의 탄생을 알린 '부산행'은 기존 천만영화의 관습을 또 한번 바꾸고 새로운 흥행 모델을 제시했다는 의미도 있다.
역대 천만 영화들은 '실미도'(2003), '태극기 휘날리며'(2003), '왕의 남자'(2005), '괴물'(2006), ‘해운대’(2009) ‘아바타’(2010), ‘도둑들’(2012),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7번방의 선물’(2013), ‘변호인’(2013), ‘겨울왕국’(2014), ‘명량’(2014), ‘인터스텔라’(2014), ‘국제시장’(2014),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암살’(2015), '베테랑'(2015)등이 있다. '부산행'은 이에 이어 18번째로 천만 클럽에 입성했다. 한국 영화로는 14번째 기록이다.
'부산행'은 기존 천만영화들과 맥을 같이 함께하면서도 도드러지는 부분이 있다.
NEW에서 투자 배급한 '7번방의 선물', '변호인'에 이어 3번째 천만 돌파 영화인 이 작품은 연상호 감독에게 첫 실사 데뷔 영화가 천만 영화 작품이 된 의미를 안겨줬다. 본격 데뷔작이 천만 영화를 달성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공유, 마동석 정유미 등 주연배우들의 필모그래피에도 생애 첫 천만 영화 타이틀을 안겨줬다. 사실 기존 천만영화들의 특징으로는 이른바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리는 40대 이상 한국 대표 연기파 남자배우들이 주로 주연을 맡았다는 것이 꼽힌다. 그 만큼 초특급 흥행 영화 스크린 장벽은 배우에게 높았던 것이 사실.
그러나 '부산행'은 이른바 '넘사벽'으로 여겨졌던 명예의 전당에 젊은 피의 수혈이란 점에서도 눈길을 모은다.
가장 큰 특징은 장르다. 앞서 '해운대' 같이 재난 블록버스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부산행'은 처음으로 '좀비물'이라는 한국 영화계에서 다소 마이너로 취급되던 장르를 상업적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외국에서만 보던 좀비물이 한국영화로 보니 신기하다", "어색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자연스러워 놀랍다", "한국영화=좀비물이 가능할 지 몰랐다" 등 좀비물의 흥행에 대한 놀라움을 표현하는 반응들이 일반 관객들 중에서도 많다.
이는 확실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장르의 확대는 한국영화의 숙제 중 하나로 항상 지적돼 오는 문제이기 때문.
앞서 '도둘들'이 케이퍼 무비 장르로서는 처음으로 천만영화의 영광을 안고, '괴물'이 한국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괴수 주인공으로 흥행 성공을 이룬 것처럼 '부산행'도 천만영화의 장르 확대에 확실히 일조한 부분이 있다.
또한 '부산행'은 1020세대 관객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간 천만영화의 주역으로 여겨졌던 세대는 30대 이상이었다.
김형호 영화 시장 분석가는 "'부산행'은 역대 천만 영화 중에서 SNS 마케팅 효과가 가장 컸다. SNS 활동이 많은 1020대 비율이 최상위권이었다. 더불어 작년 천만 영화들보다 좌석점유율도 높은 점은 괄목할 부분이다. 특히 여름 천만 영화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오락 블록버스터라는 점이 어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부산행'은 초반 1020세대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이끌어 냈고 이후 중장년층 관객들에게 어필했다는 분석이다. / nyc@osen.co.kr
[사진] '부산행' 스틸,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