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막한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이국적인 외모로 시네필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가 있다. 한국 배우 최초로 베트남 영화에 출연한 배우 유태오다.
유태오의 잘 생긴 외모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친숙함도 느낄 수 있다. 이는 그가 가진 그간의 필모그래피를 설명한다. 지난 2009년 '여배우들'을 통해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보이며 '고현정의 남자'가 된 것을 시작으로 김기덕 감독의 '일대일',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기 때문. 하지만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역할을 주로 했던 유태오는 자신을 신인이나 다름없다고 소개한다.
유태오가 부산국제판타스틱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은 이유는 베트남 영화 '비트코인을 잡아라'의 공식초청을 통해서다.
베트남 영화 '비트코인을 잡아라'는 인터폴에 수배령이 내려진 해커 고스트를 잡는 데에 혈안이 되어있는 특별수사관 다다의 이야기를 담았다. 검거를 위해 펼쳐지는 베트남산 액션 드라마. 화려한 비쥬얼과 함께 스턴트 액션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동남 아시아를 사로잡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야심찬 목표를 밝힌 유태오.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Q. 베트남 영화에 캐스팅된 배경이 궁금하다
영화 '서울 서칭'으로 선댄스 영화제를 찾았어요. 그 곳에서 '비트코인을 잡아라'를 연출한 함트란 감독을 우연히 만났죠 당시 '영화를 잘 봤다'며 현장에서 바로 캐스팅 해주셨어요. 저도 처음엔 베트남이라는 나라도 모르고 해당 감독의 인지도 또한 잘 알지 못하니까 불안하고 당황스러웠죠. 하지만 조사해 보니 꽤 유명한 감독님이더라고요(웃음). '좋은 경험이 될거야' 라고 생각하며 기쁘게 임했죠.
Q. '비트코인을 잡아라'에서 본인이 연기한 인물은
굉장히 재미있는 캐릭터죠. 역할은 천재 해커 토마스란 인물인데 뭐랄까,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 같아요(웃음) 자기 멋대로 살고 나쁜 역할로 포장돼 있지만, 반전이 있어서 연기하며 재밌었어요.
Q. 베트남 현지 촬영은 어땠나
한국과 비교하자면? 비교도 안될 만큼 열악하죠. 단적인 에피소드를 들자면, 현지에서 에이전시도 없이 제작사가 저를 픽업해서 택시를 타고 6시간 동안 시골길로 들어갔어요. 갑자기 두려워져서 일본 배우 아사노 타다노부에게 문자를 보냈죠. 그 분이 1990년도에 동남아시아 인디영화를 주로 촬영하셨던게 기억나서(웃음).
'아사노 타나노부 배우에게. 안녕하세요. 전 유태오입니다. 전 지금 에이전시도 없이 베트남 시골길을 달리고 있다. 그래서 선생님의 용감함이 생각났다.' 이런 식이었어요(웃음). 답장이 왔죠. 'All of love'라고, 하하하.
Q. 유태오가 동남아시아 영화시장에서 어떤 경쟁력이 있을까
이건 윤성호 감독님이 말해준 겁니다. 제 외모에 장국영이 있데요(웃음). 그러니까 내 외모가 배우로서 가지는 장점이 있다는 건데 1990년대 홍콩배우 타입이라고 생각한다. 멜랑콜리한 감성을 최적화 시키는 외모가 아닐까. 묘한 감수성이 있는 것 또한 내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고요.
Q. 유태오의 향후 계획은
베트남 영화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죠. 제가 출연한 태국 영화도 올 겨울에 개봉할 예정이라 프로모션 행사도 있을 거고요. 한국에서도 좋은 작품을 통해 연기할 수 있었으면 해요. /sjy0401@osen.co.kr
[사진] '비트코인을 잡아라' (Bitcoin Heist) 포스터, 유태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