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픈 것이 좋은 사람이 어딨을까. 사랑 한 번 제대로 못할 정도로 가난한 현실 역시 싫다.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감내하기엔 너무나 젊고 예쁜 나이. 제대로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한예리가 짠한 건 이 때문이다.
한예리는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극본 박연선, 연출 이태곤)에서 집의 빚 때문에 쉴 틈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생계형 철의 여인 윤진명을 연기하고 있다.
외모부터 남자 취향, 연애스타일까지 모두 다른 5명의 매력적인 여대생이 셰어하우스에 모여 살며 벌어지는 유쾌하고 발랄한 여대생 밀착 동거드라마인 '청춘시대'에서 윤진명은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뭐든 아끼는 습관이 배어 있는 진명에게 연애는 사치다. 잠자는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매일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뛰어다녀야 하는데, 언제 사랑을 하겠냐는 것. 결국 약해지지 않으려 진명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박재완(윤박 분)을 밀어내고야 말았다.
하지만 재채기와 사랑은 숨길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 진명은 지워버리려 해도 지울 수 없는 자신의 감정 앞에 늘 재완을 떠올렸다. 재완 역시 마찬가지. 지난 12일 방송에서 재완은 진명이 일하는 편의점 앞을 서성였고, 그 시각 진명 역시 재완을 떠올리며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그간 진명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자신의 삶에 누구도 못 들어오게 날을 세웠었다. 하지만 지난 방송은 진명의 흔들리는 감정이 그 어느 때보다 잘 드러났던 회차로 손꼽힌다. 그만큼 한예리의 섬세한 연기력이 빛났다는 증거.
절박함에 어쩔 수 없이 레스토랑 매니저(민성욱 분) 앞에 고개를 숙였지만, 어느 순간 그가 자신과 그렇게 다르지 않은 사람인 걸 깨닫고 "사람에게 가위 눌렸다"고 말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막힌 속을 뻥 뚫어주는 계기가 됐다. 물론 이 일로 진명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고, 매니저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될 것 전망이지만, 이는 곧 재완과의 관계 변화를 기대케 하기도 한다.
"윤진명이라는 인물을 응원해주고 싶었다"며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는 한예리의 바람처럼 사람에게 눌렸던 가위에게 벗어나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 솔직한 진명이 될 수 있기를, 그리고 재완과 풋풋한 사랑을 이어갈 수 있기를 간절히 응원하게 된다. /parkjy@osen.co.kr
[사진] 드림이앤엠, 드라마하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