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엔딩이 펼쳐졌다. ‘가화만사성’에서 황혼커플로 열연 중인 김영철과 원미경이 뜬금없는 로맨스를 선보인 것. 화재의 위기 속에서 ‘공주님 안기’를 시전하자 배경음악 역시 로맨틱한 것으로 깔렸다. 앞선 다른 인물들의 짠한 에피소드들이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강렬한 엔딩이었다.
지난 13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극본 조은정, 연출 이동윤 강인) 48회에서는 봉삼봉(김영철 분)이 미각을 잃자 배숙녀(원미경 분)의 마음이 흔들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숙녀는 삼봉의 독불장군 같은 모습에 질려 이혼을 선언한 상태였다.
삼봉이 숙녀에게 실망을 준 건 지속적이고 변함없는 그의 몇몇 모습 때문이었다. 어렵게 중식당 가화만사성을 지금처럼 번창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희생이 뒤따랐다. 그 과정에서 삼봉 자신은 물론 그의 아내 숙녀 역시 희생의 대상이었다. 수혜자는 삼봉의 동생들인 봉삼숙(지수원 분)과 봉삼식(윤다훈 분)이었다.
일평생 짠돌이 소리를 들으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던 까닭은 집안을 삼봉이 거의 먹여 살리다 싶기 해서다. 이런 삼봉을 신처럼 떠받들던 숙녀는 어느 순간 각성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시청자들의 답답한 속을 풀어주기도 했다. 주인공인 봉해령(김소연 분)과 서지건(이상우 분), 유현기(이필모 분)가 펼치는 에피소드는 애틋한 로맨스를 겸비하면서도 시한부 등의 소재로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고 애절했기 때문.
이때 48회분에서는 숙녀와 삼봉의 에피소드가 미각을 잃은 삼봉 탓에 짠하게 흐를 것이 예고됐던 바. 마지막 순간에서 시청자들을 빵 터트린 화끈함이 돋보였다. 삼봉은 미각을 잃었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요리를 준비했다. 달궈진 프라이팬 때문에 주방에 온통 연기가 쌓인 것도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 주방에 뛰어든 건 동생들인 삼숙, 삼식과 숙녀였다.
과거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그 당시에 삼봉은 숙녀를 챙기지 않고 삼숙과 삼식만을 챙겨서 현장을 빠져나가면서 숙녀의 원망을 들었던 바. 이번에는 숙녀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올렸고, 배경음악으로는 영화 ‘보디 가드’의 주제가인 휘트니 휴스턴의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가 깔렸다. 보통 한 회의 엔딩을 장식하는 신은 그중 가장 임팩트 있는 신인데, 48회를 대표하는 에피소드로 삼봉과 숙녀의 황혼로맨스가 꼽힌 셈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가화만사성'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