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다 히트". 개그맨이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유행어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아마 평생 개그맨 생활을 해도 사람들이 모두 알만한 유행어를 만들지 못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배우에게는 더더욱 힘든 일이다.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 "어이가 없네" 등 출연한 작품이 성공을 거뒀을때, 그리고 그 대사 자체에 임팩트가 있을때, 배우의 열연이 있을때. 이 모든 상황들이 맞물려야 배우에게 소위 말하는 '유행어'가 생기기 마련이다.
배우 정상훈은, 조금은 다른 케이스이긴 하지만, 모든 상황들이 맞아떨어지면서 일생에 한 번 있을까말까한 유행어를 만들어내는데에 성공했다. "양꼬치엔 칭타오". 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이 유행어에 대해 정상훈은 "천운"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 유행어는 배우 정상훈에게 코믹한 이미지를 덧입혔다. 정극 연기를 원하는 배우에게 있어서 코믹한 이미지는 발목 잡힌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을까. 천운이었던 양꼬치엔 칭타오를 부정하는 것만큼 꼴불견은 없을 거라는게 정상훈의 생각이었다. 최근 OSEN 사옥에서 만난 정상훈은 코믹한 이미지가 강한 연기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너무나도 좋다며 자신의 전무후무 유행어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개그 이미지가 덧입혀지는건 고민을 했죠. 그렇다고 세상이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보여주면 '아, 이 친구는 개그맨이 아니라 배우였구나' 혹은 '개그맨인데 연기를 참 잘하네' 이렇게 생각해주실 거라고 봐요. 더 나아가서 '저 친구 참 좋은 배우야'라고 생각하시지 않을까요. 제가 앞으로 만들어 나갈 숙제이지만 지금은 고민할 부분이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고 사랑받게 해준 '양꼬치엔 칭타오'를 탁 내쳐버리는 것만큼 꼴불견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걸 사랑해준 사람들을 배신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연에 대한 욕심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솔직히 주연에 대한 욕심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전혀 없단다. 언젠간 주연에 대한 욕심을 부릴 날이 있을지 모르지만 우선 지금은 감초로서도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주연 욕심은 정말 없어요. 뮤지컬 주연을 몇 번 했었는데 많이 힘들더라고요. 욕도 많이 먹었어요. 하하. 제가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기타도 치면서 하는 연기라 욕도 먹었죠. 가요 뮤지컬을 했을 땐 제가 소화가 안되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주연이 안들어오던데요. 하하. 그래서 조연, 코미디 쪽으로 파자는 생각을 했죠. 내가 이것만 잘해도 할 게 많겠구나 싶었어요. 주조연 가릴 것 없이 연기를 하는게 행복하고 사실 조연이 훨씬 할 것도 많아요. 때론 생명력도 길죠. 신 80개보다 임팩트 있는 하나의 장면이 더 자극적일 때가 있잖아요. 주연의 말들보다 조연의 감초 같은 말들이 기억에 남는 경우도 많고요. 지금은 조연으로서의 내공을 더 쌓고 싶어요. 그 이후에는 주연에 대한 욕심이 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현재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정상훈은 영화 '덕혜옹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중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스크린에서 정상훈은 독립운동가 장한(박해일 분)의 조력자 복동 역할로 출연해 영화에 재미를 업그레이드시켜주고 있다. 자신의 역할을 '위트있는 조력자'로 소개한 정상훈은 이번 영화를 통해 거장, 허진호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소감 역시 전했다.
"감독님은 항상 고민을 하세요. 인생에도 정답이 없듯 영화에도 정답이 없잖아요. 항상 고민의 연속인 거죠. 다만 그 고민의 폭을 좁혀나가야 되는데 허진호 감독님이 그런 걸 잘하시는 것 같아요. 저랑 잘 맞았죠. 대사가 주어진 것도 잘 맞았고 대사가 없는 상황에서 만들어내는 것도 잘 맞았어요. 감독님과의 케미가 좋았죠. 하하." / trio88@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