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야, 감독들은 너를 사랑한단다!”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들이 모두 모인자리. 올해의 영화인을 발표하는 ‘디렉터스 컷 어워즈’에서 시상자로 나선 이현승 감독이 외친 말이다. 현장의 감독들은 한 마음이었다. 여자연기자상 수상자인 김민희의 부재를 아쉬워했고, 또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마음이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일각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동종업계 종사자라는 이유로 불륜설에 휩싸인 배우를 옹호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은 것. 하지만 일종의 오해랄까. 배우들이 인정하고, 그리워하고, 사랑한 것은 ‘배우’ 김민희였다. 영화 ‘아가씨’에서 대체 불가한 독보적인 매력으로 스크린을 집어삼키는 연기를 보여줬던, 그 배우 말이다.
그가 상을 받은 것도, 이 같은 멘트가 나온 것도 ‘디렉터스 컷’이었기에 가능했다. 이 행사는 충북 제천시에서 개막하는 ‘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와 함께 개최되는 시상식. 현역으로 활동하는 영화감독들이 직접 수상자를 선정·시상하는 시상식으로 더욱 의미가 깊다.
동료로부터 인정받는다는 것은 얼마나 값진 일인가. 스케일은 작지만, 영화판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는 이들이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자리는 화기애애하고 또 따뜻했다. 이런 현장이었기에 김민희를 수상자로 올리고 따뜻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외부의 눈치, 대중의 분위기에서 독립된 ‘진짜 감독들이 인정하는 상’이라는 의미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시상에 나선 이현승 감독은 김민희에 대해 “아름다운 얼굴에 점점 더 연기력이 더해지면서 박찬욱 감독과 만났을 때 뭔가가 나오겠구나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멋진 연기와 영화가 나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 상을 받는 것을 축하드린다. (김민희는) 여러 외적인 상황이 있어서 오지 못했다. 하지만 감독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연기와 영화적 열정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투표했다. (김민희가) 오늘 오지 못했지만 의미 있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민희야, 감독들은 널 사랑한단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모두 인정한다는 듯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고, 뒤풀이 자리에서도 감독들은 김민희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그는 좋은 연기를 펼치는 배우였고, ‘아가씨’를 통해 정점을 찍은 내공을 보여준 상황이었다는 것에 아쉬움이 더 크다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분명한 것은 김민희가 배우로서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는 것, 그리고 감독들은 그 ‘배우’를, 그가 펼친 연기를 사랑했다는 것이다. 그에게 트로피가 잘 전달됐기를 바란다./joonaman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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