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와 '끝까지 간다' 김성훈 감독의 조합은 백변 옳았다. 영화 '터널'은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꿰찼고, 개봉 5일째는 누적관객 200만을 돌파하는 등 성공적인 결과가 이어졌다.
무너진 '터널'에 갇혀, 짠내를 잔뜩 풍기는 1인 연기를 기꺼이 소화했던 하정우에 대한 김성훈 감독의 평가는 극찬 그 이상이었다. 즉석에서 탄생한 애드리브도 상당했다.
"한 컷 한 컷 찍어붙이는 촬영은 계산대로만 해야해요. 그런 영화도 물론 필요하죠. 하지만 우리는 시나리오에 그려진 것 외에, 그 순간에서만 튀어나올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한다 생각했어요. 10분이든, 20분이든, 인물을 그 곳에 혼자두고 관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예상못했던 일들이 생기고 -모래가 떨어진다든가- 그러면 그때 하정우로부터 뭔가가 툭 튀어나올 수도 있겠다 싶은거죠."
그래서 사용된 게, 롱테이크 기법이다. 카메라는 오랜 시간, 카메라를 묵묵하게 비췄다. 영화 속 대부분의 리액션은, 그래서 날것 그대로다.
"살아있는 리액션이죠. 물론 돌덩이가 머리로 떨어지는 일은 결코 없어요. 배우를 학대하는 현장은 아니에요. 넘어져도 닿지 않은 공간은 진짜 콘트리트지만, 닿을 공간은 진짜처럼 보이는 걸로 대체했어요. 돌발 상황들에 하정우의 디테일한 반응은, 영화를 실제 벌어진 눈앞의 현실처럼 만드는데 일조했죠."
실제 개사료를 70~80개 먹었다는 하정우의 말도 사실이었다. 강요는 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고 자발적으로(?) 먹었다는 김성훈 감독의 이야기도 더해졌다.
"70~80개요? 몇 개인지 정확히 세보진 않았어요. 꽤 먹었어요. 요즘 개사료는 엄청 다양해요. 해조류나, 연어, 영화 속 개사료는 저희가 특수 주문한 수제 사료에요. '피부건강', '피부개선'을 위한 개사료를 주문했죠."
하정우의 디테일한 연기가 첨가된 '터널'은 뻔한 재난영화의 틀에서도 벗어났다. 우리가 알고 있던 전개를 초반부터 과감하게 뒤엎었다.
"재난 영화들은 모두 비슷한 궤가 있어요. (재난의) 전조가 나오고, 인간 군상들, 인물들의 갈등 등 배경을 만들어 놓고, 재난이 순식간에 덮치죠. 스포츠 영화, 멜로 영화도 각각의 궤가 있어요. '터널'은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느닷없이 재난의 상황이 발생해요. 이후 잘 몰랐던 인물들의 특성들을 하나 하나 보게 되는 거죠. 오히려 전작인 '끝까지 간다'와 궤를 같이 하신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무너진 터널에 갇힌 남자를 구조하는 이야기. 간단히 얘기하면 그가 엔딩에서 죽느냐 사느냐는 엄청난 스포일러가 된다. 앞서 스포와의 전쟁을 한바탕 치렀던 '부산행'의 경우 여러명의 생존을 다루지만, '터널'은 고작 한 명이다.
"그게 공개되는 건 스포죠. 아마 일부러 (스포를) 올리는 사람도 있겠죠. 회피하고 안보려는 관객들도요. 실시간 댓글에 달리는 것까지 막을 수 없지만, 그래도 영향력이 있는 분들이라면 솔선수범해서 스포를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생사여부는 가장 내세우는 요소는 아니에요. 한 명의 생명이 갇혀 겪는 감정들, 그리고 그 가족들, 인간에 대한 생명의 가치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어요." / gato@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터널'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