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애의 연기 변신이 눈부시다. '미세스 캅'에서 걸크러시를 부르는 형사를 보여주더니 이제는 로맨스에 불타는 골드미스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막춤은 물론 만취연기에 코믹한 번지 점프까지 김희애의 연기에 또 한 번 놀랐다.
SBS 주말 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이하 끝사랑)이 시청률 10%를 돌파했다. 올림픽으로 결방한 '옥중화'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끝사랑'은 첫 방송 이후 매회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끝사랑'의 무서운 상승세의 중심에는 김희애가 있다. 김희애는 '끝사랑'에서 40대 중반으로 혼자 사는 방송국 책임 프로듀서 강민주 역할을 맡았다.
김희애가 연기하는 강민주는 매력이 넘친다.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답게 발랄하고 거침없다. 시원시원하게 막춤을 추면서 고상식(지진희 분)을 이끌고 대책 없이 낭만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고민도 많고 망설이는 것도 많지만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어 하며 좌충우돌하는 삶을 산다. 그리고 그런 강민주의 발랄한 매력이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만든다.
김희애가 연기가 탁월한 지점은 그런 강민주의 모습을 결코 주책바가지로 보이지 않게 만든다는 점이다. 콘서트에서 막춤을 춰도 만취를 해서 혀 짧은소리를 해도 사랑스럽다. 김희애의 연기는 주변에서 있을 법한 인물처럼 보이게 만든다.
'미세스캅'에서 맡았던 영진 역할도 비슷했다. 영진은 딸을 키우는 소중한 일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형사로서 뛰고 구르며 고군분투 했다. 엄마로서 형사로서 악착같이 버티면서 살아가는 영진은 애처로우면서도 특별했다. '미세스캅'의 영진은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들에게 '끝사랑'의 민주는 결혼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골드미스들에게 특히 더 애틋하게 다가갔다.
그런 강민주의 연기에 무게감을 더하는 것은 어른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는 점이다. 강민주는 술에 취해서 "뇌는 30대이고 심장은 20대인 것 같은데 어른이 됐다"고 말하며 중년이지만 여전히 방황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런 솔직함이 시청자들을 감동하게 한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변화를 겪으면서 느끼는 것들을 강민주의 목소리로 듣게 되면 보다 더 큰 울림이 느껴진다. 김희애가 펼치는 연기의 힘이다.
김희애는 액션은 물론 로맨틱 코미디까지 가능한 배우로 독보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김희애는 절대 안주하지 않는다. '끝사랑'을 통해 또 한 번 화끈하게 변신한 김희애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pps2014@osen.co.kr
[사진] '끝에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