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한국영화 빅4를 뚫고 흥행 대박을 노렸던 DC의 블록버스터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사실상 박스오피스 순위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개봉 첫 이틀 동안만 '인천상륙작전'과 선두 경쟁을 펼치며 이름값을 했을 뿐, 이후 같은 날 개봉했던 '덕혜옹주'에 정상을 넘긴더니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왔다.
북미시장도 마찬가지.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각),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성공적인 데뷔를 치뤄냈지만 {개봉 첫 주말 이후)큰 폭으로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북미에서 1억 3천 5백만달러(한화 약 1,506억 원)의 오프닝 스코어를 올렸다.
경쟁사인 마블이 '어벤저스' 등 히어로 확장판들로 연속해 대성공을 거두자 DC도 새로운 유니버스의 서막을 열었다. 첫 작품은 잭 스나이더 감독의 ‘맨 오브 스틸’. ‘슈퍼맨’의 리부트로 지대한 관심을 모았던 이 영화는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호불호가 극명히 갈렸다.
다소간의 영상미는 획득했을 지 몰라도, 액션과 플롯이 지나치게 길고 산만했다. 이어 스나이더 감독은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의 연출도 맡았는데, 그는 이 영화 때문에 전무후무한 혹평에 시달려야 했다. 잭 스나이더의 한계가 제대로 드러났고,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배트맨과 슈퍼맨은 마마보이로 전락했다.
초반 기선 제압에 완벽히 실패한 DC 확장 유니버스는 ‘수어사이드 스쿼드’로 도약을 노렸다. 특히 조커의 귀환과 할리퀸의 등장에 뜨거운 기대가 몰렸다. 마블의 대중적 성공을 의식해 개봉 직전 재편집이 이뤄졌다는 소식은 팬들을 반신반의하게 했지만,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러나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공개된 현재,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혹평의 뭇매를 맞고 있다. MCU 기반 영화들과의 비교는 예견된 수순이었고, 이야기의 개연성 부족이나 캐릭터의 깊이 문제가 지적 대상으로 떠올랐다. 극 초반 약 30분 가량을 할애해 새로운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다는 평가는 거의 지배적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플롯은 매우 직선적이다. 식상할 수는 있어도 복잡하지는 않다. 국가가 통제 불능의 악당들을 동원해 더 큰 악에 맞선다는 단 한 줄로 설명될 이야기가 어려울 리 없다. 게다가 이 영화는 빌런들을 데려다 천편일률적 히어로물을 찍은 적이 없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악인들을 움직이는 것은 공명심이 아니다. 심지어는 돈이나 석방 같은 보상도 아니며, 국가가 볼모로 삼은 그들의 약점이고 스스로가 품고 있는 인정 욕망이다. 행위의 동기 자체가 영웅의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할리퀸과 그의 연인 조커(자레드 레토 분)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했지만, 나머지 캐릭터들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특히 최고의 히트맨 데드샷(윌 스미스 분)은 모든 총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뿐만 아니라 타깃을 백발백중으로 맞힌다. ‘마셰티’ 시리즈의 마셰티(대니 트레조 분)처럼 한 자루의 칼만을 쓰지 않는다 해서 손에 총이 들리기만 하면 ‘엑스텐’을 해 내는 데드샷을 흔해 빠졌다 할 수 있을까.
DC의 야심작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들인 수고에 비해 효율이 굉장히 떨어진 결과물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심지어는 개봉 이후 조커 역의 자레드 레토가 밝힌 막판 급 편집 전 내용에 훨씬 눈길이 간다. 그러나 그 완성도를 논하자면,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만큼은 아니라고 ‘매우 보여진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