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극장가를 영화 '터널'이 집어삼켰다. 주연배우 하정우의 '먹방'과 '혼자놀기 스킬'이 한데 모여 제대로 터진 덕이다.
1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 '터널'은 지난 주말(12일~14일) 전국 1091개 스크린에서 1만 4331번 상영돼 182만 1228명의 관객을 모아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누적관객은 258만 1387명이다. 국내작품부터 외화까지 여름 성수기 극장가를 겨냥한 영화들이 대거 관객 공략을 나선 가운데 하정우 홀로 7할을 이끄는 '터널'의 박스오피스 점령은 더욱 눈길을 끈다.
'터널'은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한 남자(하정우 분)와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변해가는 터널 밖의 이야기를 그린 재난 영화다. 하정우 외에도 배두나 오달수가 출연했다.
하정우는 '터널'에서 예상 밖의 재난에 갑자기 무너져 내린 터널에 갇힌 자동차 영업대리점 과장 정수 역을 맡았다. 터널 안에서 생존을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과 터널 밖, 그를 살리고자 애쓰는 오달수 배두나의 눈물겨운 사투가 2시간 넘는 시간 동안 긴박감있게 전달돼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
그 가운데 하정우는 터널 속, 홀로 살아남은 생존자로 분해 실감나는 연기를 펼친다. 중간중간 능청스러운 대사로 의외의 웃음을 안기기도. 그 가운데 영화 '황해'를 통해 맛있는 '김 먹방'을 보여준 하정우는 생수 두 병과 케이크 하나, 개사료로 '김 먹방'에 이은 '생존 먹방'을 보여준다. 터널 속 장기 생존을 위해 한정된 식량을 아껴가며 '맛있게' 먹는 그의 능청스러운 연기 덕에 재난상황에 대처하는 인물의 모습은 더욱 효과적으로 구현된다.
이 뿐만 아니다. 하정우는 '터널'의 7할을 홀로 이끈다. 이런 연출방식은 자칫하면 영화의 내용을 느슨하게 만들어 관객들에게 지루함을 자아낼 수 있는 부담이 커 감독도 배우도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전 작품 '더 테러 라이브'에서 보여줬던 하정우표 일인극은 여전히 쫄깃하다. 소품 하나, 눈빛 하나로도 해당 인물이 처한 상황과 복합적인 감정을 제대로 녹여내기 때문이다. 이는 하정우의 타고난 연기력을 증명한다. 다른 배우와 대사를 주고 받는 대신 관객과 일대일로 소통하는 느낌을 러닝타임 내내 느낄 수 있다.
홀로 이끄는 재난영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래서 '터널'의 흥행은 더욱 그 의미를 더한다. 동시에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하정우의 또 다른 도전을 기대하게 만든다. /sjy0401@osen.co.kr
[사진] 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