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데뷔해 이제 막 3년차가 된 배우 정해인에게선 진중함이 묻어났다. 솔직하지만 가볍진 않고, 신중하지만 마냥 무겁지 않은, 그래서 오래 보고 싶은 매력이 다분하다.
정해인은 종영을 앞두고 있는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극본 김수현, 연출 손정현)에서 유재호(홍요섭 분)와 한혜경(김해숙 분)의 셋째 아들 유세준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 드라마는 가족 문화가 변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대가족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와 가족의 이름으로 서로 사랑하고 위로하며 갈등을 극복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가치를 일깨워주는 작품으로, '언어의 연금술사' 김수현 작가의 신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다른 배우들보다 일찍 촬영을 마쳤다는 정해인은 8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작품, 한 캐릭터에 매진한 것에 큰 의미를 뒀다. 긴 호흡의 드라마를 하다 보니 배우들끼리의 관계가 달라졌고,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고. 하지만 체력관리를 더 잘해야겠다는 반성도 하게 됐다고 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 김수현 작가를 처음 만나게 된 정해인은 "첫 인상은 예상대로 무서웠다. 하지만 지내다 보니 그렇게 무서운 분이 아님을 깨달았다. 굉장히 예민하고 여리신 분이다. 소녀 감성도 있으셔서 연세에 비해 젊게 사시는 것 같다. 제가 느낀 김수현 선생님은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초반에는 연기할 때 많이 힘들었다. 대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결과적으로 많이 연습하고 대본을 계속 들여다봐야 한다. 제 것으로 만들어야 편안하게 연기를 할 수 있고, 그 안에서 놀려면 대사를 완벽하게 숙지를 해야 한다. 그럴려면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신인 배우들은 초반에 그게 힘들다는데 저 또한 그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익숙해지고 호흡이 길다 보니까 금방 적응이 되더라."
여행가를 꿈꾸며 각종 아르바이트를 섭렵한 세준은 사돈 지간인 나영(남규리 분)과 사랑에 빠지면서 온갖 고난을 겪어야 했다. 나영의 모친(임예진 분)에게 막말을 듣기도 했고, 나영과 사랑의 도피를 선택하기도 했다. 남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명감과 나영을 사랑하는 마음이 겹쳐져 늘 고민했고, 나영과 싸우기도 했다. 하지만 사랑의 힘은 위대했다. 세준은 엄마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일하던 편의점을 인수했고, 나영과 결혼하며 행복한 신혼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막내 아들의 풋풋함을 염두에 두고 연기를 했다는 정해인은 "세준에게 사랑은 익숙하지 않은 감정이고, 성장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연애를 많이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세준에게는 그게 전부였다. 그래서 힘들어하고, 고민하고, 혼란스러웠던 장면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세준의 상황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이 사랑한다면 세준처럼 행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고민이 되는 지점도 있었다. 세준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생각해야 하는데 순간 순간 '왜 이럴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하지만 세준은 3대가 함께 있는 집안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자기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일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세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세준의 성격은 대본에 정말 잘 나와 있다. 그런데 거기에 자꾸 제 생각을 넣어버리면 연기하는데 방해가 되더라. 중반쯤 되니까 온전히 받아들이면 되는데 제 생각을 넣어서 해석하고 분석을 하게 되더라. 그러다 보니 연기도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되고, 저도 힘들더라. 그래서 세준의 입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연기를 해야 함을 깨달았다."
이런 정해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이는 엄마 역을 맡은 김해숙이다. 그는 가장 분량이 많음에도 자신을 불러 연기적으로 조언을 건네준 김해숙에 크게 감사해했다. 이어 "방송을 보면서 운 적이 참 많다. 선생님들의 깊이 있는 연기를 보면서 엄청 울었다. 세희(윤소이 분) 누나가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을 했을 때 저도 모르게 동화가 되기도 했다"고 고백한 그는 "연기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선생님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는 것이었다"고 그간의 깨달음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해인은 같이 멜로 연기 호흡을 맞춘 남규리에 대해 "누나가 정말 착하고 여리다. 상처를 잘 받는 스타일이다"라며 "그런데 의외로 털털하다. 형처럼. 쿨한 면이 있어서 친해지기가 편했다. 로맨스 연기를 할 때는 시간을 따로 내서 대사 연습도 해보고 그랬던지라 참 많이 가까워졌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해인에게 '그래 그런거야'는 어떤 드라마로 남을 것 같으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값진 경험을 하게 해준 드라마"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많은 선배님을 모시고 긴 드라마를 한 건 처음이다. 또 김수현 작가님 드라마를 신인 때 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남을 것 같다. 물론 더 잘 됐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이 배웠고 좋은 분들을 많이 얻었다. 특히 엄마 김해숙 선생님은 정말 큰 존재셨다. 연기적으로든, 인생에 대해서든 늘 도움을 주신다. 인생 멘토가 생긴 기분이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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