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가 해냈다. 이건 한 편의 감동 드라마였다. 베스티라는 아이돌 그룹이 대중에 익숙치 않은 걸그룹인데 멤버 유지가 드러나지 않았던, 혹은 드러낼 기회가 없었던 한계를 깨고 존재감을 반짝반짝 빛냈다.
지난 16일 방송된 JTBC 예능 '걸스피릿'에서는 두 번째 개인공연으로서 B조의 무대가 펼쳐졌다. 이날 유지는 스피카 보형, 라붐 소연에 이어 세 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걸스피릿' 무대를 준비하는 유지는 긴장감과 부담감이 컸다. 앞서 첫 번째 무대에서 1위를 차지했기 때문. 그녀는 엑소의 '러브 미 라이트'를 편곡해 자신만의 매력을 한껏 살렸다. 그러나 "괜히 잘못했다가 (엑소의)팬들이 화를 내실까봐 두렵기도 했다"는 심경을 전했다.
유지는 긴장을 풀기 위해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 점심을 먹고 수다를 나눴는데 그 과정에서 유지의 학창시절을 엿볼 수 있었다. 친구들 모두가 가수가 되기 위해 오디션을 봤었지만 그 중 유지만 합격했다는 것. 그때부터 끼가 남달라 가수로서 가능성을 지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유지는 섹시함과 중성미를 동시에 드러내며 무대를 장악했다. 특히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도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혼자서도 무대를 가득 채웠다. 곳곳에서 함성소리가 터져나왔고 뒤에 앉은 선배들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유지의 실력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유지는 1차 투표에서 111명 중 108를 얻었고 104표를 받은 보형, 63표를 얻은 소연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결과를 본 유지는 "너무 놀랐다. 꿈 같았다. 좋게 봐주셔서 좋았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러나 최종 결과에선 레이디스 코드 소정이 1위를, 유지는 보형과 공동 2위에 올랐다.
순위를 떠나 유지의 이번 무대는 의미 깊은 자리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방송 관계자들과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린 것은 물론이고, 혼자서도 무대를 채울 수 있다는 가능성과 실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녀의 행보가 기대된다./ purplish@osen.co.kr
[사진] '걸스피릿'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