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날씨만큼 뜨거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터널’에는 숨겨진 비밀이 많다. 배우들과 감독의 입에서 흘러나온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 속 비밀들을 꼼꼼히 파헤쳐봤다.
◆ SNC 방송국? ‘더 테러 라이브’와 연결 고리
‘터널’에서 무능력한 정부 못지않게 관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바로 언론의 모습이다. 생명보다는 보도를 우선시하는 방송국 출신 조 기자(유승목 분)는 확실히 악의 축이다. 재미있는 것은 조 기자가 소속된 방송국 SNC가 바로 ‘더 테러 라이브’에서 하정우가 연기했던 뉴스진행자 윤영화가 소속된 방송국이라는 점이다. 두 영화에 같은 방송국이 등장하는 것은 김성훈 감독이 의도한 것이다. 김성훈 감독이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생명과 하정우의 원맨쇼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더 테러 라이브’와 ‘터널’의 연결고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 압도적 신스틸러 강아지는 사실 2마리
사실 무너진 ‘터널’ 안에 하정우만 있지 않았다. 하정우의 원맨쇼에 든든한 파트너가 돼준 강아지는 사실 두 마리였다. 동물과 촬영을 한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터널’에서 등장하는 강아지인 퍼그는 견종 중에서도 지능이 높지 않아서 힘들었다. 하정우는 “강아지와 연기를 하면서 울화통이 터질 때도 있었다”며 “그래도 한 마리는 연기파, 한 마리는 행동파를 맡아서 잘 호흡을 맞췄던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터널’ 속 강아지와 하정우는 잘 어울리는 한 쌍으로 제 몫의 연기를 펼쳤다.
◆ 왜 조수석 목받이는 뽑히지 않았을까
‘터널’에서 백미는 하정우의 원맨쇼다. 한정된 공간에서 혼자 연기를 펼치다 보니 현장에서는 쉴 새 없이 애드리브가 휘몰아쳤다. 영화 속에서 하정우가 운전석 목받이는 쉽게 뽑지만 조수석 목받이는 천장에 걸려서 낑낑거리는 장면으로 웃음을 주기도 했다. 이 장면에도 비밀이 숨어있다. 평소 하정우의 불꽃 같은 애드리브를 본 미술팀이 하정우가 운전석의 목받이를 뽑을 것 같아서 미리 아랫부분을 잘랐지만 조수석의 목받이를 뽑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해서 그대로 뒀다. 하지만 하정우는 연기에 몰입해서 조수석 목받이마저 뽑으려고 애썼고 당연히 뽑히지 않았다. 뽑히지 않은 목받이에 정말로 당황한 하정우의 모습이 그대로 영화에 담겼다.
◆ 클래식 라디오 DJ는 어째서 빨간 안경을 끼고 있었나
‘터널’ 속에서 생존하는 하정우에게 큰 위안이 되는 것은 유일하게 주파수가 잡히는 클래식 라디오 방송이다. 그리고 영화 속 이 클래식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것은 이동진 평론가다. 평소 빨간 안경을 트레이드마크로 하는 이동진 평론가가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동진 평론가의 캐스팅에는 김성훈 감독의 아내의 공이 컸다. 김성훈 감독은 전문 DJ 말고 건조한 목소리를 지는 DJ를 원했고 마음에 드는 목소리를 찾지 못해 고민하던 중 평소 이동진 평론가의 팟캐스트 방송을 듣고 추천했다. 이동진 평론가는 평소 다양한 방송 출연 경력을 살려 훌륭하게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 김성훈의 디테일..워셔액에서도 빛났다
대부분 관객이 놓치고 지나갔을 수도 있는 장면이다. ‘터널’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기는 하정우가 상처를 입고 그 상처를 소독하기 위해서 워셔액을 붓는 장면이 있다. 하정우가 워셔액을 상처에 붓기 전에 성분표를 살펴보지만 흐릿해서 보이지 않는다. 잠깐 지나가는 흐릿한 1초의 장면을 통해 김성훈 감독은 ‘터널’에서 먹지 못해 점점 약해지고 있는 하정우의 몸 상태를 표현하고 싶었던 의도를 담았다. 한 장면도 놓치지 않겠다는 김성훈 감독의 섬세함이 빛난 장면이었다./pps2014@osen.co.kr
[사진] '터널' 포스터&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