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규리 "여린 이미지? 군인의 치명적 멜로 연기 하고파"[인터뷰]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6.08.17 14: 29

새침해보이지만 알고보면 누구보다 솔직하고 또 순수한 남규리는 대화하는 재미가 있는 배우다. 배우로서 연기 욕심도 많지만, 이를 대하는 마음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생글거리는 눈웃음도 인상적.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알고 싶은 매력이 다분한, 그래서 앞으로의 배우 인생이 더욱 기대되는 남규리다.
남규리는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종영을 앞둔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극본 김수현, 연출 손정현)를 연기하면서 느낀 배우로서의 소회를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규리는 이 드라마에서 오디션을 전전하며 배우 생활을 하고 있는 이나영 역을 맡아 유세준(정해인 분)과 애틋한 로맨스 연기를 펼쳤다. 또 엄마인 이태희(임예진 분)과 아웅다웅하는 모녀 관계를 형성,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안겼다.

무려 8~9개월을 한 캐릭터와 작품에 집중하며 살아왔던 남규리는 "여운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안 그렇더라. 촬영 기간이 길었고 중간에는 분량도 많아져서 좀 힘들기도 했다. 물론 연기하는 건 재미있었는데 거의 미니 시리즈 찍듯이 밤샘 촬영도 많이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든 것이 있더라. 끝나면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안 그렇고 허전하다"라고 촬영을 마친 소감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나영은 세준과 사랑을 시작하면서 거의 매일 울다시피했다. 집안의 반대가 심했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여러차례 이별을 선언하기도 했기 때문.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충분히 지칠 수 있겠다 싶은 눈물의 연속이었다. 이를 거론하자 남규리는 "극에 등장하는 것보다 더 많이 울었다. 한번은 우는 장면만 연달아서 18신 정도 찍었다. 그러다 보니 아쉬운 것도 많더라. 저는 푹 빠져서 재미있게 촬영을 하긴 했지만,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이 많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라고 설명했다.
남규리는 '그래 그런거야'를 통해 김수현 작가와 2010년 '인생은 아름다워' 이후 6년만에 재회를 하게 됐다. 그 당시만 해도 김수현 작가에게 혼도 많이 나고, 걱정도 많았지만 이제는 김수현 작가를 비롯한 배우들 모두와 대본 리딩을 하고 촬영을 하는 순간이 정말 즐겁다고 말하는 남규리의 표정에 생기가 넘쳤다.
"김수현 작가님은 늘 당당하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걱정과는 달리 정말 건강하시다. 6년만에 처음 뵜는데, 뭔가 애틋한 기분이 들었다. 오랜 시간 안 봤음에도 가족을 보는 느낌이고, 매번 뵐 때마다 존경스럽다. 좋은 얘기를 해주시는 분도 있고 아닌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작가님과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대본을 다시 한번 제가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다."
남규리는 인터뷰 내내 '그래 그런거야'의 대본이 가진 힘을 강조하며 "대본을 보며 많이 울고 웃었다"라고 설명했다. 연기를 하는 동안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꼈고, 그래서 행복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가수라는 타이틀을 벗고 배우라는 옷을 입게 된지 7년. 남규리는 극한 상황 속 애틋한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 혹은 목표를 간직하고 있다. 역할의 비중보다는 색깔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은 것이 남규리의 솔직한 생각이다. 남규리는 "저는 북한 인민군 여자와 남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한 번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태양의 후예'에서 벌써 군인의 멜로가 나왔더라. 가난한 집의 캔디 같은 여자가 아니라 의사, 경찰, 군인 등 직업군이 명확한 여자의 치명적인 사랑을 연기하고 싶다. 예를 들어 '착한 남자'의 문채원 씨 같은, 마냥 밝지 않은, 뻔하지 않은 설정의 멜로가 좋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사실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부합되는 역할을 해야 하는건지 아니면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하는건지 그 경계선에 있어서 힘든 것 같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있었고 손에 닿을 듯 했지만 못하는 경우도 있고, 제가 하고 싶은 것과는 다른 쪽 역할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이 가진 이미지를 깨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남규리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늘 고민하고, 배우로서 도전하려 노력한다. 비록 아직까지는 벽에 가로막힐 때도 있지만 이 또한 극복해야 하는 것임을 직시하는 남규리에게서 강단이 느껴졌다. 그리고 남규리는 이런 자신을 "여성스럽게 말하는 것 같지만 내적으로 강하고 남자같은 면이 있다. 여려보이지만 남자보다도 더 용감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한 뒤 "예능에서 억지로 나라는 사람을 보여준다는 것이 불편하고 민망하다. 언젠가는 저라는 사람을 다 보여줄 수 있는 때가 올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연기적으로도 보여드리고 싶다. 그런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남규리가 앞으로 꿈꾸는 배우로서의 목표는 무얼까. "목표대로 가지 않는 쪽이기는 하지만, 안에 있는 것을 다 끄집어 낼 수 있는 작품을 만나는 것이 배우로서의 제 목표다. 사랑 받는 인기 척도를 떠나서 나중에라도 회자될 수 있는 작품, 남규리라는 배우를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을 남길 수 있는 것. 그렇다면 '멋있는 배우였지'라는 말을 언젠가는 들을 수 있지 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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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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